[과학핫이슈]중국발 미세먼지 포착한 천리안 2B호

천리안위성 2B호의 모습
천리안위성 2B호의 모습

한동안 잠잠한 듯 했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미세먼지의 출처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오간다. 물론 국내 발생 요인도 많다. 그러나 서해를 넘어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 상당 부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산업 성격에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배출 물질이 유사하다보니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 것이 아니다'라며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된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면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 중국에 목소리를 높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동안 중국발 미세먼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는 지난 2018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중국 춘제 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쁜 수준인 것을 발견, 상관관계를 최초 규명하는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춘제 행사 때 터진 폭죽 미세먼지와 국내 미세먼지의 관계를 따졌다.

최근에는 명백한 증거가 추가로 나왔다. '천리안위성 2B호'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국내 이동 증거를 잡아냈다. 천리안위성 2B호로 촬영한 아시아 전역의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오존 등 미세먼지 유발물질 분포 현황 자료가 지난 18일 공개됐다.

천리안위성 2B호로 관측한 중국발 이산화질소 관측영상
천리안위성 2B호로 관측한 중국발 이산화질소 관측영상

이 자료에는 10월 20일 중국 동북부에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9월 9일과 8월 6일 발생한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증거도 있다. 국산 위성을 활용해 중국발 미세먼지의 우리나라 이동을 처음으로 고해상도 촬영한 것이다. 기존 저궤도 위성으로는 관측에 한계가 있던 부분이다.

천리안 2B호는 지난 2월 19일 프랑스령 기아나 꾸르 발사장에서 우주로 발사된 정지궤도복합위성이다. 환경 관측이 주된 임무 가운데 하나다.

천리안 2B호는 미세먼지 관측에 아주 유리한 궤도 특성을 갖고 있다. 정지궤도는 지구 적도 상공 3만5786㎞ 궤도를 뜻한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만 지구 자전주기와 위성 공전주기가 같아 지상에서는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계속 위치가 변하는 저궤도 위성과 달리 한 지점을 상시 바라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천리안 2B호는 이런 장점을 활용해 서쪽 인도네시아 북부에서부터 일본까지 총 13개국, 동아시아 전역의 미세먼지 및 대기오염 물질을 관측한다.

관측 핵심은 정지궤도 환경탑재체(GEMS)다. GEMS는 주간에 초분광 기술로 미세먼지를 관측한다. 미세먼지 유발물질이 특정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한다. 20여 가지 물질을 살필 수 있다.

태양빛이 지구 표면에 반사돼 대기를 통과해 나오는 스펙트럼을 보는데, 주간에 촬영 가능하다. 해가 긴 여름에는 10번, 겨울에는 6번가량 촬영 가능하다. 연 평균 8번 정도다.

현재 천리안위성 2B호를 운용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시범운영을 거치게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동부 지역이 최대한 많이 관측되도록 관측 영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천리안위성 2B호가 수집한 미세먼지, 기후변화 유발 물질 정보를 동아시아 내 다른 국가와 공동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