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소프트웨어 정책의 역설

[미래포럼]소프트웨어 정책의 역설

신규 플랫폼 사업을 기획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개발자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다 결국 외주로 방향을 바꾸었다. 고용노동부 워크넷은 물론 구인구직 사이트와 헤드헌터를 통해 소프트웨어(SW) 전공자를 찾아봤지만 인재를 만나기가 어려웠고, 눈에 띄는 개발자가 있어도 스타트업이라는 조건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장기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 실업증가율이 4%에 육박하고 청년실업증가율도 8.3%가 됐는데 SW 분야는 오히려 구인하기 어려운 '고용의 역설'을 체험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에 입문한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SW개발직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현 정부도 출범 당시 SW 중심 국가를 만들겠다면서 초·중등학교 SW 교사 1만명을 양성하고 최근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AI와 SW 핵심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등으로 얼마나 진척될지는 알 수 없다.

SW정책연구소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SW학과를 포함한 컴퓨터·통신 분야 공학계열 졸업자 수가 2년제 1만2585명, 4년제 2만954명으로 전체 졸업자 수 대비 6%대에 불과하다. 그것도 10년 전 대학 졸업자 65만3118명 가운데에서 SW 전공은 3만6010명이었지만 2018년의 경우 전체 66만0772명으로 더 늘어났음에도 SW 전공 졸업자는 3만3110명으로 더 줄었다.

고용유발계수가 제조업(평균 5.8명/10억원당)에 비교해 SW 산업(평균 8.3명/10억원당)이 더 많고, 산업 부가가치율에서도 제조업(평균 29.4%)보다 SW 산업(평균 68.3%)이 훨씬 높은 데도 SW 인력수급 정책은 왜 제자리걸음하는 것일까. 각종 SW 공모전이나 경연대회는 노래자랑대회보다 사회 인식과 호응은 왜 적을까. 1635조원의 세계 SW 시장에서 국내는 겨우 30조원이며, 그것도 게임 SW가 절반 이상이 되는 우리나라에서 바람직한 SW 정책의 수립과 추진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일까.

1987년 12월 4일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법률 제3984호)'이 처음 제정되고 2001년 1월 21일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을 20년 지난 올해 12월 10일부터 '소프트웨어진흥법'으로 전부 개정된다. 법 적용으로 공공SW 분야의 불공정한 사업 관행을 개선하고, SW 계약 시 불공정거래 관행이 개선된다면 SW 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대기업의 사업 참여 확대로 중소기업과 얼마나 상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만일 이 법이 SW 산업 진흥 차원을 벗어나 규제 측면이 강조된다면 때마침 언택트로 인한 '팬데믹 역설' 효과로 4차 산업혁명 불길이 치솟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과도 멀어질 수 있다. 국민은 정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규제가 실제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의도와 달리 반대 효과가 발생하는 사실을 이미 여러 차례 겪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규제 개혁 참모이자 '너지'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규제의 역설'이라고 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군 여러 복지 우선 규제 가운데에서 최저임금제는 노동자 전체로 보면 소득을 더 감소시켰고, 비정규직 보호법은 실업자를 더 늘렸으며, 대학 강사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성을 높이겠다던 대학강사법은 오히려 강사 일자리를 없앴다.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 고통이 더 가중되는 등 시작은 선의에서였지만 결과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옳고 그름에 따른 문제를 제대로 대처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는 길을 막고, 규제로 인해 감춰 두고 있던 부조화가 현실화하는 '공포의 역설'을 스스럼없이 국민 대다수가 수용하고 있는 현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가 SW 인재 양성에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 국민은 정부, 기업의 활동이나 의사 결정에 대해 묻고 따질 정당한 자격과 의무가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미약하지만 목소리가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전상권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박사 skchun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