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24>고등직업교육기관 교육, 기본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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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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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당면한 비대면 방식 적용이라는 큰 물결을 맞았다. 그러나 한국의 고등직업교육 분야는 다른 여타 국가와 달리 특수한 형태의 문제로 말미암아 어려운 상황이다.

첫째 고등교육 분야는 크게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사회에서 필요한 교양 교육 및 직무 중심 교육을 통한 직업교육기관으로 나뉜다. 한국에선 교육 앞에 직업을 넣는 것에 거부감이 있고, 이것이 교육 내용과 달리 고등교육 분야를 계층으로 분류·운영하게 하고 있다. 이는 수업연한(4년제, 3년제, 2년제)과 관계없이 대다수 학생들이 일정 교육을 이수하고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계층 간 차별을 사회가 묵인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 결과 전문대학·폴리텍·지역대학 등 고등직업교육기관은 교육제도에서 규제, 정부 지원 불균형, 졸업생 진로 개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고등직업교육기관은 해당 국가 체제의 성격을 불문하고 공공재를 투입하고 이를 통한 고용 안정, 실업률 관리, 국민 평생교육과 시대 변화에 따른 직무교육 등을 선제 시행한다. 그러나 한국의 설립 주체는 민간이지만 역할은 공공재로 작동하는 특이한 형태를 띤다. 이 같은 형태는 외국 교육제도를 반영해도 효과가 미미하고, 한국 사회에 증착하지 못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대학등록금 동결 문제다. 저출산에 의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운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10년 이상 대학등록금을 대학지원, 국가장학 등과 연계해 동결함으로써 대학 운영뿐만 아니라 대학교육 질 저하로 이어졌다.

나열한 문제점은 상호 간에 연결돼 계층 구조에서 하위에 위치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런 가운데 산업 및 교육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학 정원 조정과 시장 기능에 의한 대학 구조 개혁보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4차 산업혁명이 숙련기술 직무 분야의 쇠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독일은 숙련기술을 포함해 기존 기술에 정보기술(IT), 통계, 인공지능(AI) 등을 융합하는 방법으로 4차 산업혁명 인력 양성에 대응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교육 운영은 일부 과목 외에 자연, 공학, 예체능 계열에선 한계점이 명확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활용한 교육은 콘텐츠 개발에 비용과 시간 등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 또는 그 이하로 강좌당 학생 수를 낮추는 방법을 통해 교육 환경을 재구성하고, 대학등록금 동결을 해제하는 조치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등직업교육기관, 정부기관의 역할과 개혁이 필요하다. 고등직업교육기관 장을 비롯한 교수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한 지표 향상보다 근본인 학생 직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산업체 요구 직무를 바탕으로 한 교육 과정과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교육 과정 운영이 충실하게 진행됐는가에 대한 점검과 변화가 요구된다.

정부 기관은 고등직업교육에서 중요한 자격정책이 시장에서 정상 작동이 되는지, 국가기술자격을 포함한 모든 자격이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인지, 현재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은 무엇인지와 그에 필요한 필수 직무의 NCS 반영 여부 및 현행 자격검증방식 적절성 등을 고려해 자격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관련 부처 간 협업 이상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면 이를 구성하고 가동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선행돼야 고등직업교육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 과정 운영을 통해 산업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 배출할 수 있다.

이승 대림대학 메카트로닉스〃자동화학부 교수 slee@daeli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