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초고령 사회, ICT로 대응하는 보청기 업계

신동일 WS오디올로지코리아 대표이사
신동일 WS오디올로지코리아 대표이사

대한민국 고령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이 만 65세 이상 법정 '노인'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20년 동안 연간 70만~85만명이 고령자로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고령 친화 산업도 변곡점에 들어섰다.

실버 산업의 범위는 다양하지만 성장에서 공통된 키워드는 역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고령화로 급변하는 인구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돌봄 등 다양한 부문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며 고령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표했다. 실버 산업은 고령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두는 만큼 4차 산업혁명의 최대 수요처가 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전통 실버 산업인 보청기업계의 지형도 변하고 있다. 청력 손상이 심각해지기 전에 난청 초기부터 보청기를 착용하게 하는 것은 보청기업계의 오랜 과제다. 청력이 떨어지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리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도 약해져서 인지 능력이 계속 저하되기 때문에 조속히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청기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제품에 ICT를 결합,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해 왔다. 대표 기능이 블루투스이다. 현재 청각 기업 대부분이 블루투스를 통해 전화·음악·TV 등 각종 디지털 기기와 쉽고 빠르게 연동, 스트리밍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보청기 사용 범위를 점차 늘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청기에도 기계학습 기능이 탑재돼 사용자가 가장 많이 듣는 소리 환경을 수집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읽어 낸다. 사용자가 어떤 소리 환경에서 보청기를 주로 사용하는지, 어느 영역 대의 소리 조절이 필요한지, 사용은 적절한 제품인지 등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주는 똑똑한 기능이 탑재돼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보청기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량이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충전식 제품이 앞으로의 보청기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청기에는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기존에는 보통 일회용 배터리를 사용했다.

보청기가 점차 소형화되는 만큼 탑재되는 배터리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가 매번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이에 따라 보청기와 배터리를 결합,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각광 받고 있다.

실제로 WS오디올로지 코리아 대표 브랜드 시그니아의 충전식 보청기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고령층은 이미 스마트폰 보급으로 충전 방식이 익숙해 충전식 보청기 형태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유선 충전기, 무선 충전기부터 휴대형 충전기까지 충전 방식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예전보다 활동성이 늘어난 고령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으로 진입한 올해를 기점으로 고령층의 특성도 대폭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노인 세대와 달리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섭력해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학습 능력도 빠르다. 이와 같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보청기와 첨단 ICT를 연결하는 업계의 노력이 전해져 난청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동일 WS 오디올로지 코리아 대표 david.shin@w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