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41>붉은색은 불황을 극복하는 색깔?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뜩이나 매출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무작정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도 어렵다. 경제활동 전반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기업인은 탈출구를 색깔에서 찾은 바 있다.

미국 컬러리서치연구소(ICR)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접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최초 90초 안에 선택을 위한 잠재의식적 판단을 내린다. 이때 판단의 60%에서 많게는 90% 가까이 색에 의존해 결정이 이뤄진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색깔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에 관심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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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목해야 할 색깔은 붉은색이다. 만년필 제조기업으로 유명한 파커는 1920년 파격 색깔인 빨간색 만년필로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대부분의 만년필은 검은색 내지 은회색 위주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커사의 빨간색 만년필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만년필을 하나 더 사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출시된 만년필은 여성에게 크게 어필해 엄청난 매출 신장을 기록해 오늘날까지 파커가 지속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붉은색은 수명이 다한 사양 제품을 되살리는 데 유용한 대안이다. 턴테이블이나 타자기는 더 이상 생필품이 아니다. 이들 제품에 다시금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게 만들고, 소비를 유인하는 방법으로는 빨간색·노란색 등 기존과 다른 파격적 색깔로 제작하는 것이다. 지금도 백화점 한편에는 빨간색 턴테이블이나 타자기가 전시되며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색깔만 달라졌음에도 많은 사람이 이들 제품에 호감을 갖게 된다.

니콜라스 구겐과 셀린 제이콥은 붉은색에 대한 선호도를 실제 현장에서 실험한 바 있다. 그들은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힌 후 어떤 색의 옷을 입었을 때 더 많은 팁을 받는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남성 손님은 빨간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에게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내용과 종업원 모두 똑같았다. 단지 종업원의 옷 색깔만 붉은색으로 바꿨을 뿐인데 팁 금액이 올라갔다. 붉은색으로 인한 효과는 옷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붉은색 립스틱, 셔츠, 머리띠 등 액세서리를 붉은색으로 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붉은색을 착용한 종업원에게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은 남성 손님에게만 국한된 현상이지, 여성 손님은 머리핀 이외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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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버지니아텍의 박치 교수팀은 협상과 경매 상황을 통해서 색깔이 어떤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분석했다. 해당 연구팀은 이베이 온라인 경매를 활용해 실험을 수행했다. 경매 내용을 붉은색을 주로 활용해 수행했을 때와 파란색을 주로 활용해 수행했을 때의 결과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붉은색 배경을 활용했을 때 가격 증가 폭이 푸른색 배경을 활용했을 때보다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색이 경매 참여자들로 하여금 해당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배팅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계획을 크게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많은 창업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단순히 제품 색깔만 바꾸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왔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