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제철 환경산업기술원장 "녹색산업 생태계 혁신해 '그린뉴딜' 선도기업 육성"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이동근기자>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이동근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올 연말 국제연합(UN)에 2050년 저탄소장기발전전략(LEDS)을 제출한다. 지구 온도를 1.5℃ 이하로 낮추는 여정에 우리나라가 동참을 선언한 것이다. 과거 화석연료를 태우며 고도 성장을 지향했던 것과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그린뉴딜'이다. 탄소 사용을 줄이면서도 성장을 추진하는 계획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그린뉴딜 추진에 디딤돌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유제철 환경산업기술원장은 녹색산업 기업 육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 프로젝트'다. 녹색산업에서 100개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국의 에이컴, 프랑스의 베올리아, 독일의 지멘스 같은 녹색산업 선도기업이 나올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기업당 3년간 최대 30억원을 사업화와 연구개발 자금으로 지원한다. 인터뷰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인 지난달 16일 환경산업기술원 서울 본원에서 진행됐다.

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왼쪽)이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을 만나 그린뉴딜 발전 방향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왼쪽)이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을 만나 그린뉴딜 발전 방향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정부가 지난 7월 14일 한국형 뉴딜을 선포한 지 4개월이 흘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녹색산업 기반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3차 추경으로 편성된 그린뉴딜 사업예산 2708억원이 재원이다.

규모가 제일 큰 것은 융자사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올해 융자 규모가 본예산 2709억원에서 2000억원 늘어나 4709억원으로 커졌다. 기업당 지원 한도액을 시설자금은 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운전자금은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늘렸다. 특히 환경산업체가 아닌 일반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정 개선도 신규 융자 대상에 포함했다.

녹색산업을 선도할 기술개발 분야에서는 먼저 수열에너지 활용기술 개발에 올해 추경 예산 10억원을 포함해 2023년까지 총 70억원이 투입된다. 향후 건축물 에너지가 최대 50% 절감되고 도시 열섬 현상 해소와 미세먼지 저감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기 위해 올해 에코스타트업에 60억원을 지원한다. 중소 환경기업 사업화를 위해 기존 예산 115억원에 추경 278억원을 추가해 올해 393억원을 청정대기, 생물소재, 포스트 플라스틱 등 미래를 선도할 녹색산업 분야에 중점 지원하고 있다.

-그린뉴딜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 녹색산업 성장률은 3.6%로 경제성장률 2.8%보다 높은 반면 국내 녹색산업 규모는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하다. 그린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코로나19를 불러온 기후·환경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대규모 공공투자를 통해 경제회복과 일자리를 만들고 중·장기적으로는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해 화석연료 기반 경제·사회 시스템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그린뉴딜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지구 기후시스템의 파국을 막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그린뉴딜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이를 위해 한국이 선도적으로 나아갈 것임을 세계에 천명한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도 그린뉴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제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미래차, 재생에너지 등 환경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이에 대응해 EU는 지난해 이미 저탄소경제 선도전략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공약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한 바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그린뉴딜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이동근기자>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이동근기자>

-창업자나 청년이 관심 가질만한 그린뉴딜 정책은.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까지 각각 50개, 총 100개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국의 에이컴, 프랑스의 베올리아, 독일의 지멘스 같은 녹색산업 선도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기업당 3년간 최대 30억원의 사업화 및 연구개발자금을 지원한다. 여기에 정책자금, 투자, 보증 등 금융지원 연계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8일 1차로 21개사를 녹색혁신기업으로 선정했다. 지엔원에너지는 2006년 출범한 신재생에너지 지열 전문기업으로 다양한 사업을 수주해 국내 지열시장 1위를 달성했다. 지엔원은 십여개 특허를 보유했다.

환경 분야 창업을 독려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예비창업자와 초기창업기업에 사업화 자금을 각각 3500만원, 7000만원 지원한다. 지난 9월 예비창업자 40명, 초기창업기업 56개사를 선정해 지원을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교육·멘토링, 투자 유치,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혁신성장을 위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환경 분야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은 환경 분야에 이미 다양하게 적용됐다. 몇몇 기술은 환경산업기술원의 연구개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스마트기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에너지절감형 하·폐수 고도처리기술 개발,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한 상수관망 통합운영관리 솔루션 개발 등이다.

그린뉴딜 사업에도 이런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92%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를 지속가능하고 기후탄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스마트 그린도시를 상상해 보자. 도시 내 공기·물·땅의 오염을 IoT로 감지 또는 모니터링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오염 확산 속도와 범위를 예측한 후 드론이나 AI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처 방안을 제시한다. 환경문제 대응은 대부분 모니터링, 측정, 분석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의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미래 환경 도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널리 활용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상상이 구현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린뉴딜 사업을 시작으로 기후대기, 상하수도, 자원순환, 환경보건, 토양지하수 등 다양한 분야 환경관리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더욱 널리 활용될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텐데.

▲원장 업무 중 직원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직원이 670명이다.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마스크를 쓴 채 영상으로 또는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나누고 지나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석 달 전부터 업무 관련 보고를 보직간부가 아닌 실무 직원에게 직접 받고 있다. 처음 보고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긴장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주 접하면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기대한다. 직원 실력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 당분간 이 방식을 유지할까 한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해외사업 분야다. 개도국 환경개선 마스터플랜 수립과 해외 환경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 국내 환경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사업을 한다. 올해도 우즈베키스탄과 라오스, 몽골의 환경개선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 중이다. 기업은 코로나19로 판로개척 등의 활동 제약, 계약 취소 또는 연기, 부품·자재 수급 차질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에게 사업기간을 우선적으로 연장해 주고, 현지 착수보고회와 상담회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환경산업연구단지 입주기업의 임대료를 감면하고 연구개발 참여기업 기술료 납부를 유예하는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활동도 벌였다. 임직원 성금을 모아 지역 취약계층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재해구호를 위해 기부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제철 환경산업기술원장 "녹색산업 생태계 혁신해 '그린뉴딜' 선도기업 육성"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길어질 것 같다.

▲코로나19가 언제 극복될지 알 수 없다. 앞으로 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빈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비대면 운영방식을 상시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 기반 업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구축이다. 서울 본원과 인천 환경산업연구단지로 이원화된 시설 사이에 양방향 클라우드 기반 영상회의 시스템을 갖춰 언제 어디서나 각종 평가와 회의를 열 수 있게 할 것이다. 대한민국 친환경대전과 글로벌 그린허브 코리아(GGHK) 행사도 정식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처리를 위해 AI를 융합할 계획이다.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각종 모니터링 작업에 AI를 적용해 업무 효율화를 도모한다.

-2021년 추진할 주요 사업은.

▲올해 그린뉴딜을 시작하면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그린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녹색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내년에는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창업→성장→글로벌화의 전 주기적 지원을 할 그린스타트업 2000곳 발굴,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곳 선정,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활용한 판로개척 지원 활동을 전개한다.

녹색산업 활성화를 위한 한국형 녹색금융 제도 기반도 마련한다. 내년에는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개발과 녹색산업 투자 활성화 방안도 수립할 방침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은 대규모 녹색투자가 이뤄질 탄소중립 활동의 한 가운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국제협력도 내년에 본격화한다. 지난 7월에 환경산업기술원이 환경부로부터 국제환경협력센터로 지정받았고 10월에 개소식을 가졌다. 국제환경협력의 범위가 확대되고 협력 주제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내년부터 본격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이동근기자>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사진=이동근기자>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과장 시절 환경부에서 자연순환정책과, 자연정책과, 화학물질안전과, 유역총량과, 유엔환경계획(UNEP) 환경정책국 등을 거치며 환경정책 전문가로서 이력을 다졌다. 이후 국제협력관, 대구지방환경청장, 대변인, 생활환경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소탈하고 친화력 있는 성격이다. 환경부 대변인 시절 언론과 소통에서도 높은 자질을 인정받았다. 올해 초 28년 환경부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3월부터 환경산업기술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