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2>나만의 셈법이 있는 혁신

어느 고깃집 얘기다. 저렴하고 맛도 좋다. 장점이 더 있다. 종업원이 굽고, 잘라 준다. 이 가격에 감지덕지한 친절까지 더해진다. 그러나 주인장 셈법은 따로 있다. 바로 테이블 당 회전율이다. 손님에게 맡기면 고기맛과 시간을 잡아먹는다.

물론 인건비는 더 든다. 그러나 짧은 저녁시간에 테이블을 몇 번 돌리느냐가 수익의 관건이다. 연탄도 아래위 두 장을 모두 피운다. 고기 굽는 시간을 줄이는 게 낫다. 지금도 서울 마포의 쟁쟁한 고깃집들 틈에서 성업 중이다.

잘나가던 기업이다. 그냥 두면 승승장구는 몰라도 생존을 걱정할 일 없다. 문제는 이런 시장을 그냥 둘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누군가 끼어들고, 새 방식으로 휘저어 놓는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기도 한다.

심지어 한동안 출혈은 되지만 시장을 흔들어 보겠다는 시도도 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적절한 대안이 있을까. 니르말리아 쿠마르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에게 할 말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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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조언은 막무가내로 가격 전쟁에 뛰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르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보기에 그럴듯한 가격 경쟁이 기울어진 탁자 위 경쟁이 될 수 있다.

유럽 저가항공사의 맏형뻘인 라이언에어를 보자. 매출 21억달러 시절이었다. 당시 브리티시에어웨이는 매출 155억달러로 덩치는 훨씬 컸다. 그러나 저가항공 라이언에어의 영업이익률은 23%나 됐다. 반면에 브리티시에어웨이의 영업이익률은 7% 안팎이었다. 덩치가 크다고 가격 경쟁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한 가지 대안은 차별화이다. 애플이나 뱅앤올룹슨처럼 창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질레트처럼 전통 제품을 최고 품질로 만드는 것이나 제품과 서비스 조합, 커뮤니티 브랜드로 만들기, 스타벅스처럼 경험을 파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지 이 모든 것 앞에 답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그게 뭐가 됐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질레트는 이 전략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면도기로 20년 동안 성공했으니 건전지에 적용해 봄직했다. 듀라셀 울트라를 내놓으면서 오래간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웠고, 에너자이저가 반격할 때쯤 흐지부지됐다.

물론 다른 대안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함께 사는 법'을 찾는 것이다. 브리티시에어웨어는 이지제트와 라이언에어에 고(Go)란 저가항공사로 대응했다. 그러나 얼마 뒤 이지제트에 매각하고는 내놓은 것이 세 가지 전략 콤비네이션이었다.

첫째 당장 저가 경쟁사가 적은 장거리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둘째 단거리 시장에선 저가 경쟁사의 모범 사례를 모방했다. 셋째 저가에 도심에서 가까운 공항을 유지, 시장 점유율을 버텼다.

우리는 당황스러울 때 논리를 따지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덤빌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혁신에는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10분밖에 시간이 없다는 앤드루 그로브 인텔 회장에게 와해성 혁신을 설명하려면 30분은 필요하다고 버틴 어느 대경영학자의 얘기는 이런 난제를 보여 준다.
그러나 그 고개를 넘어서면 자신만의 셈법이 보일 수 있다. 익숙한 항공기에 익숙한 루트를 이륙하기 전에 그 긴 체크리스트를 따지는 기장을 우리는 기꺼이 기다려 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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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