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25>과학기술 분야에 여성 참여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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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양성을 위한 법이 제정되고 기본계획이 수립돼 정책이 본격 추진된 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4년제 대학 자연계열 졸업생 가운데 여학생 비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공학계열에선 1999년 16.3%에서 2018년 21.8%로 증가했다. 남성집중형 전공으로 여겨지던 기계 및 금속 전공 여성 비율은 같은 기간 2.4%에서 9.4%로 변화했다. 이 기간 전기 및 전자 전공에서도 6.4%에서 14.7%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 학사부터 박사까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가운데 이공계 성별 불균형은 심각하다. 남성은 50.2%가 이공계 졸업인 데 비해 여성은 19.5%에 그친다. 특히 공학계 졸업자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다. 전공별 편차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기술 발전은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사업이 확대되고, 기존 사업에서의 기술 융합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인력 수요 역시 기술 기반으로 전환해 그동안 상경계 졸업생을 선호하던 금융권에서 정보기술(IT) 인력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감염병 위기는 각 산업 분야에 기술 활용을 가속화했다. 일상생활에서 대면 서비스는 점차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되고, 속도 역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서 여성 노동시장 이행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감염병은 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도소매 음식숙박업과 같은 기존 서비스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주로 여성근로자가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취업자 감소폭은 남성취업자 감소폭의 약 3배로 나타났다. 이미 노동시장으로 진출한 여성의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신규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청년층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남녀가 노동시장에서 갖는 직종은 시간 흐름과 함께 변화해 왔다. 남녀 대졸자의 직종을 51가지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취업한 직종이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이었다. 그 뒤를 공학전문가 및 기술직, 정보통신전문가 및 기술직, 과학전문가 및 관련직 등이 상당수 차지했다. 기술 기반 직종이 전체 직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취업자 전공별로 살펴본 결과 비기술 직종에는 다양한 전공의 대졸자가 취업하지만 기술 직종에는 주로 이공계 졸업자가 취업했다. 이공계 여성 인력 풀이 제한된 상황에서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직종이 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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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력 활용을 위해 노동시장 차별개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정책의 중요성도 매우 크다. 이른바 한 성이 특정 직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성별 직종 분리도 노동시장에서 차별 등 노동시장 요인보다 전공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기존 직업이 소멸되는 등 역동하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분야로의 여성 진출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기존 과학기술 활용의 범위를 넓혀 갈 수 있도록 인문학과 과학기술 융합을 촉진하는 데 여성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 유연하고 개방된 플랫폼과 지원시스템을 통해 여성 참여를 높임으로써 전 산업에 걸친 혁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과학교육을 혁신하려는 노력과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jskim@kwdimail.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