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26>국방 MRO산업, 경쟁력 강화 시급하다

국방 유지보수운영(MRO)이란 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무기체계의 원활한 운용을 위한 정비 영역이다. 특히 창정비를 의미하는 중정비는 대규모 투하자본과 고급 기술 및 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선진국 대부분은 중정비 부문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제품 전자화 추세는 아웃소싱을 촉진하는 요소로 보인다.

아웃소싱 영향으로 주요 방위산업 글로벌 기업 가운데에서 정비 및 서비스 기업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제조기업 가운데에서도 중정비 사업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것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국방재정 감축에 따른 군 인력 감축, 장비가동률 제고를 목표로 한 정책 변화, 정비 부문의 기술 혁신 등으로 고가 무기체계를 수리·정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결과로 풀이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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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준 세계 글로벌 방산 매출 1위 기업인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4위 기업인 레이시온은 각각 매출액의 16%인 87억6000만달러, 43억달러를 MRO 부문에서 달성했다. 세계 3위 기업인 영국 BAe사는 전체 매출의 57%인 72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 비중에서 볼 때 향후 우리나라의 MRO를 비롯한 서비스화는 선진국과 유사한 구조로의 이행이 예견된다. MRO 산업은 높은 일자리 창출원이라는 점에서 국가 산업정책의 의미가 크다. 기체 중정비는 대체로 고급 인력이 활용되며, 전체 비용의 60%가 인건비로 지출되는 등 일반 제조업의 10~15% 수준보다 매우 높다.

2018년 기준 우리 군의 정비비용은 3조270억원으로 전체 전력운영비에서 10.2%를 차지하는 등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 추세다. 이 비용은 무기체계의 순수 정비용이기 때문에 실제로 여기에 투입되는 군 내부 인건비와 시설비를 포함할 경우 정비 실질 비용은 상당히 높아진다. 정비비 운영은 전체 비용에서 육군 47%, 공군 31%, 해군 21%를 차지하고 있는 등 육군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군이 자체 정비하는 MRO 내부화율 역시 35~50% 수준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예산의 약 50%를 차지하는 육군의 내부화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증가율 측면에서는 공군이 최근 4년 동안 26.8%로 같은 기간 타군 대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군의 MRO 사업 예산 가운데 해외에 지출되는 금액은 지난 2019년 약 6400억원에서 오는 2023년에는 1조600억원으로 65.6% 증가하는 등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원인은 최근 고고도 무인기, 첨단 전투기, 유도무기 등 최첨단 무기체계의 대량 수입에 따른 해외 의존도가 심화하기 때문이다. 국내 군용기 보유 수량은 1500여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재의 정비비는 F-15, F-16 전투기 및 관련 엔진 분야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방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MRO 부문 아웃소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육군의 아웃소싱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항공부문의 수입대체 전략 수립이 매우 시급하다. 향후 5년(2019~2023년) 동안 해외 지출이 예상되는 MRO 예산은 공군이 전체의 7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에 대한 수입대체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국내 부가 가치로 연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MRO 산업의 민·군 겸용성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항공 분야는 각종 시설, 장비, 인력 등을 민항기와 공동 활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매우 높다.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이 핫이슈다. 운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MRO 부문 아웃소싱이 선결 과제다. 이는 국방과 시너지 창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장 ysann@ki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