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28>코로나 시대의 성 불평등,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안 그래도 여성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요. 새롭고 다양한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아이들과 집에만 있어 우울증이 생기겠어요. 방역된 돌봄 시설을 이용하게 해 주세요.”

“집에 있는 시간 많아 늘어난 아동학대와 젠더폭력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코로나19 시대에 여성 고용 악화, 돌봄 공백, 젠더 폭력 등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보내온 정책 제안이다. 지난 6월 여성가족재단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민이 겪는 문제와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의견을 받았다.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에 1445명이 참여한 가운데 코로나19 시대 여성·가족이 겪게 될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성 고용 악화 및 빈곤(44.3%), 돌봄 중단에 따른 위기(36.7%), 젠더 폭력 증가(14.3%) 등을 꼽았다.

지난 9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1.2% 및 1.5% 하락하고, 여성 취업자 수 또한 같은 기간 대비 2.4% 줄었다. 남성 감소율 0.7%에 비교할 때 3배가 넘는 감소폭이다. 임시직 종사 여성 비율이 60.5%(2019년 기준)로 높은 데다 코로나19 피해 업종인 숙박·음식업과 교육·복지·돌봄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여성 비중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여성 노동자 일자리가 사라져 가는 한편 가족 돌봄을 위해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여성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1년 전보다 34.1% 증가했지만 이는 여전히 여성의 3분의 1(24.7%)에 불과하다. 올해 7월까지 가족돌봄휴가를 신청한 사람도 여성이 62.1%로 남성의 1.6배에 달했다. 돌봄 위기가 지속될수록 여성이 일을 중단할 공산은 더 높아진다. 일을 계속하는 여성은 돌봄 독박과 일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 돌봄의 성별 분업이 재난 상황에서 확대되고 있다.

여성가족재단이 지난 10월 개최한 국제 웹 콘퍼런스 '코로나 시대 사회적 돌봄의 위기와 여성 노동'에 참가한 미국,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의 도시 정책 전문가들은 노동시장과 돌봄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 문제가 전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 대응에 따라 그 결과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시행되는 정책과 예산에서 성 인지성을 높여 여성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완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서울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자금 지원을 지난해 3조5억원에서 올해 7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해 공공상가 1만여 점포 임대료 감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재기 지원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무급휴직자를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구직 청년을 위한 서울형 강소기업에 인턴 연계, 실직자, 휴·폐업자, 프리랜서 등을 위한 공공일자리 창출 등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핀셋지원정책도 지난 10월부터 시작했다.

앞으로 성별영향평가가 필요하지만 소상공인, 취업취약계층 등 여성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진 분야의 대책은 여성의 경제 사정 위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하고 있는 여성을 위해서는 일·생활·안전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과 같은 유연근무제를 확산했다. 여성가족재단의 일·생활균형지원센터에서는 여성 비율이 높은 30인 미만 사업장 등 서울시 소재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노트북 등 기기 대여, 공유오피스 이용 지원, 정보통신기술(ICT)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서울형 스마트워크'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여성가족재단이 시범 운영하는 '스페이스 살림'에서 코로나19 시대 여성의 일 패러다임을 재정립하며 여성 창업자와 기업을 발굴,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의 문을 닫는 대신 어린이집 정원의 50% 범위에서 영유아 긴급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키움센터 등 지역사회 아동돌봄지원시설을 긴급돌봄체계로 개편하여 맞벌이 가구와 취약계층 자녀들을 위한 온종일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1호점도 지난 10월 문을 열어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유엔의 마리아 홀츠버그 특보는 “위기는 항상 성차별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로나가 젠더불평등의 강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와 함께 정책적 모색을 계속해갈 것이다.

백미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백미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백미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ivy100@seoulwome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