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잃은 코미디언에게 새로운 무대 된 '유튜브'

설 곳잃은 코미디언에게 새로운 무대 된 '유튜브'

TV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코로나19로 연극무대도 설 수 없어진 코미디언에게 유튜브가 새로운 무대로 자리 잡았다. 코미디언 장기인 애드립과 아이디어가 10분 안팎의 호흡이 사랑받은 유튜브 문법에 제격인 까닭이다. 새로운 콘텐츠 풀이방식, 소통방식, 제작환경, 수익구조를 제공하는 유트브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최근 '피식대학' '일주어터' '빠더너스' 등 다양한 코미디언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활동 중이다. TV 플랫폼과 다른 환경에서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돋보이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이용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피식대학은 코미디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이 결성한 채널이다. 연기력과 개성이 돋보이는 객원 멤버들과 함께 '05학번 이즈백', 산악회에 소속된 중년 남성 이야기를 담은 '한사랑산악회', 영상 통화 소개팅을 하는 컨셉의 'B대면 데이트' 등 다양한 콘텐츠 시리즈를 제작한다. 주변에 있을법한 캐릭터 묘사로 인기몰이 중이다.

피식대학은 유튜브가 코미디언에게 새로운 수익 창출 도구이자 자신의 역량을 제한 없이 펼칠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정재형 크리에이터는 “과거에는 대기업이 모든 코미디언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코미디언이 아니라도 유튜브에서 개그를 팔 수 있는 구조가”라며 “방송, 행사, 공연이 수익모델이었는데 유튜브로 다변화 됐다”고 말했다.

이용주 크리에이터는 “방송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관여하다 보니 창의적인 콘텐츠가 꺽이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은 셋만 하니까 가능하다”고 전했다.

TV 플랫폼과 달리 적극적인 피드백이 있다는 점도 유튜브만의 매력이다. 일주일간의 다이어트 기록을 담는 '일주어터' 김주연 크리에이터는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는 웃느냐와 안 웃냐 반응 두 개로 나뉜다”며 “유튜브는 댓글이라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줘 발전에 도움이 된다. 관객에게는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주어터는 이를 기반으로 솔직하고 꾸밈없는 일상을 공유하며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비와 함께 '비 다이어트'를 주제로 콜라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이퍼 리얼리즘의 콩트와 코미디 영상' 제작을 지향하는 코미디 채널 '빠더너스'는 일상 속에서 한 번쯤 피식 웃을만한 상황을 재치있게 과장한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송출하고 있다. 공개 코미디와 궤를 달리하는 꽁트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문상훈(빠더너스) 크리에이터는 “공개 코미디는 무대를 전체 샷으로 보는데 유튜브는 클로즈업이다 보니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앵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도한 바를 애달프게 표현하지 않아도 구독자가 알아준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