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악화되는 민심 앞에 잇따라 몸을 낮췄다. 민주당 지도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LH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시는 분노와 실망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아프도록 잘 안다. 국민 여러분의 분노가 LH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 사과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25번 발표됐다. 정책 혼선으로 시장 불안정이 계속된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제서야 선거 직전 이 위원장이 사과에 나선 것이다.
이 위원장은 “청년과 서민은 저축으로 내 집을 가지려는 꿈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 내 집이든 전월세든, 이사를 가려면 빚을 더 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러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며 “그런 터에 몹쓸 일부 공직자는 주택 공급의 새로운 무대를 투기의 먹잇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의 문제를 온전히 살피지 못한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정부·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뼈아픈 사태를 이번으로 끝내려 한다. 정부·여당은 성역 없는 수사, 부당이득 소급몰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범죄 공직자를 추적하고 징벌하겠다”며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 등을 통해 공직사회부터 맑고 깨끗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불로소득자들에 대해 개발-보유-처분 등 단계별로 그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 LH사태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달라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주택 정책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처음 집을 장만하려는 분께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그 처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크게 확대하며 주택청약에서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고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월세 지원과 1인 가구용 소형주택 공급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과 주거 복지를 전담하는 주택부 신설도 재차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저희는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 열망에 제대로 부응했는지, 압도적 의석 주신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었는지, 공정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묻겠다”고 말했다.

이날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부산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가 대한민국을 뒤덮었지만 애써 부인했다. 국민들은 집 값 때문에 곡소리가 나는데, 공직자의 집 값 오르는 '억' 소리는 외면했다”며 “변명과 회피에는 관대했고, 자성과 성찰에는 인색했다”며 “국민께 사죄할 것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종민 최고위원도 지난 29일 선대위 회의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려야 마땅하다”며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갔다.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랐다가 손해 봤다고 느끼는 국민들, 상대적 박탈감을 겪게 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정책도 정책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부·여당의 잘못된 자세, 태도였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