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적자기록 IT모기업 계열사 자금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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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적자를 낸 코스닥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관계사에 돈을 빌려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일까지 자회사나 계열사에 금전을 대여한 코스닥 IT기업은 27개사로 지난해 전체 47개사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 중 지난해 순손실을 낸 회사는 21개사였으며, 지분법 평가손실을 낸 기업도 12개사에 달했다.

 모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을 대여할 경우 본연의 영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자회사 및 계열사의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대여해 줄 경우 동반부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설령 모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많거나 계열사의 영업 환경이 급격히 개선돼 투자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해도 대여금이 대부분 코스닥 공모시 모기업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입된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의 이해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코스닥 IT기업들이 상당수인 가운데 자회사 및 계열사에 대해 계속 투자 및 대여하는 것은 공모자금만 소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시중 금리보다 턱없이 높거나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 자회사의 부실 및 부당 지원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적자를 낸 기업 중 올들어 계열사 및 자회사에 대해 자금을 가장 많이 대여한 기업은 가오닉스로 총 9건에 242억5000만원의 자금을 대여했다. 로커스홀딩스도 계열사인 시네마서비스와 예전미디어에 110억원을 대여했으며, 3R는 계열사인 현대시스콤에 하이닉스반도체의 미지급 채무 반환을 위해 100억원을 대여했다.

 일부에서는 적자를 낸 기업이 관계사에 자금을 대여했다고 해서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지주회사인 가오닉스와 로커스홀딩스처럼 사실상 계열사 영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우나 관계사의 영업 활동이 모회사의 영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금 대여로 모회사의 영업이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회사의 보유 현금이 얼마인지, 관계사의 재무상태는 어떤지 등 확인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올해 관계사에 자금을 대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작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보유 현금과 유가증권을 영업손실로 나눈 수치(현금소진율)가 1미만으로 1년 안에 현금이 소진될 우려가 있는 곳은 가오닉스와 현대멀티캡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가 1미만이면 지난해만큼의 영업손실이 올해에도 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보유중인 현금이 1년 안에 소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재무 상황을 감안, 가오닉스는 올해 1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75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 자금을 조달했다. 가오닉스 재무담당자는 “지난해 28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에 현금 보유액도 26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으로 충분히 자금을 조달했다”며 “가오닉스가 지주회사기 때문에 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는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멀티캡도 올해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행사 및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약 13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 IT기업들이 IT경기 활황기에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면서 대규모 공모자금을 유치, 대체적으로 현금 보유액이 많은 편”이라며 “하지만 경기 침체기를 겪으면서 영업이익만으로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공모자금만 소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까지 빌려주는 경우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