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도 우량기업은 더 이익을 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일본의 ‘고성과기업 6개사의 성공비결과 시사점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이 말은 더욱 실감이 난다. 6개 기업은 캐논·닛산·카오·다케다약품·신에츠화학·세븐일레븐재팬 등. 이들의 성공사례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캐논의 경우 산부인과 의사 출신의 미타라이 사장 주도하에 PC 등 7개의 적자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이 7개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740억원. 하지만 캐논은 이 사업들을 포기하는 대신 260억엔의 적자를 해결했다. 캐논은 인사시스템 부문에서도 5∼20년의 연구개발 기간을 고려해 종신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40세 정도의 사원그룹에서 2배 정도 임금격차가 날 정도로 치열한 사내경쟁환경을 만들어 미국내 특허취득건수 5위 이내를 유지했다. 이같은 변화를 통해 캐논은 지난해 세후이익 1900억엔을 기록, 경쟁사인 니콘의 8배에 달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주가도 지난 97년 1월 2570엔에서 지난 3월 4200엔으로 끌어올렸다.
닛산자동차는 90년대말 파산 위험에까지 직면하며 일본경제 추락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던 기업이다. 이런 닛산도 지난 99년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지분 37%를 매각하면서 위탁경영을 요청하는 초강수를 통해 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일본의 핵심 자동차메이커가 지분을 외국에 매각한 이 사건은 자존심 강한 일본내에서도 처음이자 세계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카오는 효율경영, 시장창조형 제품, 저수익사업 철수를 통해 일본의 가정용품 시장점유율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카오 역시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도려낸다’는 회사 경영방침에 따라 플로피디스크와 같은 정보기기 사업을 승산이 없다고 판단,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부가가치 높은 사업부문에 치중할 수 있었다.
반도체실리콘 등을 생산하는 세계 4위의 종합화학기업 신에츠화학은 ‘수익제일주의’ 경영전략 아래 지난해 직원 15%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일본에 비해 인건비가 30배나 저렴한 중국에 생산기지를 이전, 성공신화를 일궜다.
다케다약품은 지난 95년부터 기업전략을 ‘연구개발형 국제기업’으로 설정, 해외거점의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면서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이밖에 세븐일레븐재팬은 고객니즈에 대응한 POS 시스템 등을 통해 일본 편의점업계의 산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들 6개 기업은 모두 지난 10여년 동안 인건비 급등, 산업공동화, 고령화, 중국의 추격 등 장기불황 속에서 원가절감, 고수익사업 창출, 비즈니스 모델 변경 등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보고서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CEO의 탁월한 경영능력 △명확한 사업영역 △철저한 생산혁신을 통한 최고경쟁력 확보 △유행이 아닌 필요에 따른 외국 제도 도입 △사업리스크를 직시하고 미래투자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특징을 가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어떤 산업분야,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우량기업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에 선험적인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표>고성과 6개 기업 성공포인트
기업 성공포인트 성과
캐논 CEO 주도의 혁신, 독자적 경영모델, 셀 생산방식 최근 3년간 최고 이익 경신
닛산 철저한 구조조정, 강력한 리더십, 내부문제 해결 2000년 흑자전환
카오 효율경영, 시장창조형 제품, 저수익사업 철수 13기 연속 이익 증가
다케다약품 연구개발, 선택과 집중, 위로부터의 인사개혁 전미 14위 의학기업 성장
신에츠화학 수익 제일주의, 합리적 생산시스템, 엄밀한 시장분석 종합화학산업 부진속 세계 4위 성장
세븐일레븐재팬 고객니즈 대응, 편의성 제고, POS 시스템 최근 10년간 플러스 성장, 순이익률 20%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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