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장비 업계의 2003년은 ‘용두사미’로 기억될 전망이다.
연초만 해도 KT와 하나로통신이 VDSL 속도 경쟁을 벌여 투자 확대가 기대됐으나, 하반기들어 하나로통신의 투자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KT의 움직임도 주춤, 이에 따라 업계도 부침을 겪었다. 그나마 KT VDSL장비 공급권을 따낸 업체들은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부진을 면치못해 ‘시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KT VDSL 공급업체 선전=다산네트웍스(대표 남민우)는 연초 KT 20Mbps VDSL사업에 합류하며 상승곡선을 탔다. 스위치 분야에서도 꾸준한 매출을 거둔 다산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 50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리넷(대표 이상철)도 지난해 KT 13Mbps VDSL사업부터 최근 50Mbps VDSL까지 계속 공급권을 따내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700억∼8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텔슨정보통신(대표 김지일)은 올해 CDMA모듈 등 비 네트워크장비 부문을 정리하면서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주력사업인 초고속인터넷장비 부문은 지난해 340억원에서 46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별 명암 대비 극명=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텔리언(대표 김재근)이 KT 50Mbps VDSL입찰에서 66억원 규모의 공급권을 따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현대네트웍스는 최근 부도처리되면서 과거의 영화를 접었고, 통신장비벤처 1세대 주자였던 한아시스템은 올해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2001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던 코어세스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KT 50Mbps VDSL입찰에서 100억원대의 공급권을 획득, 일단 부진 탈출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내년, 수익성 확보에 총력전 태세=올해 비록 몇몇 업체들이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지만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은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 KT VDSL입찰에서 나타났듯이 한정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공급업체간 경쟁에, 어떻게든 투자비용을 줄이려는 수요자의 과욕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장비업계는 내년에는 눈앞의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비개발 및 사업 전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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