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만화·에니메이션·캐릭터]문화콘텐츠 산업 `신형 엔진`으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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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가 문화산업을 이끌어 갈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분야는 산업으로 인식된 지 10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처럼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이 단기간에 자리잡을 수 있는 데는 무엇보다 콘텐츠 자체의 우수함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두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긴 만화의 경우 오랜 시간만큼 축적된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타 문화산업 분야의 원천소스로 활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양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이야기 구조 등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지 오래다.

 애니메이션은 오래전부터 미국과 일본과 함께 3대 강국으로 손꼽혀왔지만 해외애니메이션의 하청기지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기술력은 미국·일본과 비교했을 때 손색없을 정도로 평가 받았지만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의 부재는 난제였다. 하지만 업계 스스로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가면서 이제는 세계 시장 공략에서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의 정착에는 정책적인 지원도 한 몫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은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스타프로젝트를 통해 이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5년간 총 30개 작품에 15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또 2005년에 애니메이션제작지원 스튜디오를 설립해 2007년까지 3년간 8개팀에 제작공간, 장비 제작자금까지 지원한다. 해외 진출을 확대 위해 TV프로그램 시장인 밉컴(MIPCOM)과 MIPTV에 업체 참가를 돕고 있다.

 ◇애니메이션, 해외 시장 개척에 눈돌려=1987년 국내 최초의 TV애니메이션 ‘떠돌이 까치’가 방영된 지 올해로 꼭 20년째를 맞이한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80∼90년에 걸쳐 현재의 성과를 이룬 것에 비해 국산 애니메이션은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2004년도에 750억달러 규모의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0.4%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외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해마다 수출액과 점유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표1 참조>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투자 및 제작 단계를 지나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 새롭게 출시되는 작품들이 많아 기대감이 크다고 말한다.

 애니메이션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린 가장 큰 배경은 협소한 내수 시장 때문이다. 한 작품당 제작비용이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씩 투입되는 현실에서 이윤을 내기엔 국내 시장은 너무 좁다. 그 때문에 현재 대다수 애니메이션업체들은 제작단계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제작한다. 기획·제작에서 해외파트너와 협의는 물론이고 판권 계약을 해 판로를 다양화한다.

 과거에도 해외업체와의 공동 제작은 있었지만 기획이나 마케팅 단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단순 제작만 했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이 경제적인 성과와 연결되지 못했다.

 현재 출시되는 애니메이션들이 장르나 소재 면에서 새로한 시도를 꾀하는 것도 국산 애니메이션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다.

긍정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국내 투자는 여전히 아쉽다”고 말한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특성상 투자단계에서 수익 창출시기까지 평균 7∼10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 대부분 해외에서 투자 유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아쉬운 대목이다.

◇만화, 창구의 다양화로 활로 모색=만화 연재의 주무대였던 만화잡지의 잇단 폐간과 출판시장의 불황에도 한국 만화는 우수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607억원이었던 출판만화시장은 2005년 1242억으로 불과 2년 만에 365억원 가량 시장규모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만화 관계자들은 출판만화 시장은 줄어들었지만 온라인 시장의 확대와 아동·학습 만화 시장의 증가로 절대적인 시장규모는 축소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 온라인 만화 시장은 2001년의 136.9억원에서 2005년에는 142.3억으로 3.9%증가했다.

 지난 11월 3일 한국 만화계가 힘을 모아 온라인 창작만화 사이트 ‘코믹타운(http://www.comictown.co.kr)’이 문을 열면서 창작 만화의 온라인 기반은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드라마 ‘풀하우스’ ‘궁’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리니지:바람의 나라’ ‘오디션’ 등의 예처럼 만화가 드라마, 게임의 원작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실제적으로 만화가 창출하는 가치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재단법인 부천만화정보센터(이사장 이두호)에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활용할 좋은 만화가 없느냐’는 문의가 심심치 않게 온다고 한다. <표2 참조>

 또 최근 학산문화사(대표 황경태)에서 출간한 김성재, 김병진 작가의 ‘천추’가 프랑스 만화 시장에서 20위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시장에서도 한국 만화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캐릭터,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 과거에는 캐릭터 사업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성공에 따른 부가 산업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에 선보인 부즈의 ‘뿌까’가 80개국에 수출되고, 2005년에 해외매출 1400억을 기록하는 등 산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캐릭터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캐릭터를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써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은 2002년 이후 경기침체와 소비지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03, 2004년까지는 규모가 줄었지만 2005년부터는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캐릭터 개발과 라이선스 부분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표3 참조>

 최근 국내에서 출시되고 있는 캐릭터의 대부분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산업적인 활용도를 고려해서 제작되고 있다. ‘디보’나 ‘묘가’ ‘꾸루꾸루’ 등은 캐릭터를 먼저 완성하고 애니메이션 작업에 착수한 대표적 예다.

 이와 같이 캐릭터 분야가 성장성이 높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캐릭터를 일시적 유행으로 보는 시각이다.

 캐릭터 산업 종사자들은 “도날드 덕은 올해로 72살이고, 헬로키티 역시 탄생된지 30년이 넘었음에도 누구도 이들을 오래된 캐릭터로 여기지 않는다.”며 출시된 지 몇 년만 지나면 구닥다리 취급하는 풍토를 지적한다.

 캐릭터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캐릭터의 디자인을 조금씩 수정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