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CCTV/DVR] 우리의 눈으로 세계를 지킨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대만 AV테크와 국내 DVR 3사 비교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일등 제품 가운데는 영상보안장비가 들어있다. 감시용 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을 디지털 신호로 저장하는 DVR제품은 지난 98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DVR은 다채널 영상저장이 가능하고 아날로그 VCR보다 훨씬 저렴했기에 디지털 환경의 확산에 따라 시장수요가 급증했다. 현재 세계 DVR시장의 40%를 국내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DVR기기의 화질개선과 지능화 경쟁도 한국이 탄탄한 IT인프라를 바탕으로 대만, 일본보다 앞서가는 상황이다.

 CCTV카메라 시장에서도 메이드인 코리아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CCTV카메라는 본래 광학렌즈와 센서기술이 발달한 일본이 세계시장을 석권해왔다. 하지만 한국업체들은 보급형 CCTV카메라의 OEM생산을 통해 광학렌즈와 주요 부품을 차례로 국산화하더니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대만과 함께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요즘 전세계 CCTV카메라 네대 중 하나는 한국산이다.

 9.11테러 이후 세계 보안시장이 활황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관련업체들의 수익률과 성장세도 여타 제조업에 비해서 매우 높은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J. P 프리먼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세계 영상보안장비시장은 3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2008년에는 45억달러로 연평균 22%씩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IP카메라와 DVR, NVR시장의 성장률은 36%로 영상보안산업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연히 국내 보안장비업체들의 실적도 단연 돋보이고 있다. 국내 DVR제조업계는 2년째 연평균매출이 30%씩 늘어나고 있다. 앞선 기술력 덕분에 수익성도 높아 DVR 1위업체인 아이디스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하기도 했다.

 보안시장이 활황을 띄면서 증권시장에 상장된 보안장비회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단 1개의 보안장비회사가 코스닥에 진출했다. 2007년에 들어서는 중견 DVR, CCTV업체들의 모임인 디지털 CCTV협의회 내에서만 8개 보안회사가 상장되어 있다. 디지털CCTV협의회 산하 25개 회원사의 매출은 올해 7000억원, 내년에는 1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성과는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는 영상보안분야에서 국내 중소업체들이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것이다.

 ◇보안장비업체, 국내 증시에서는 찬밥신세=영상보안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보안장비업체들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시장에서 턱없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력과 매출실적, 재무구조 등 뭐하나 빠질 것이 없는 가치주인데도 투자자들이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 증시가 본래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가치평가를 박하게 주는 편이지만 보안장비쪽은 그 정도가 심하다는 평가다. 한국의 라이벌인 대만의 보안방비업체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여실히 들어난다.

 △대만 1위의 DVR업체인 AV테크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은 한국 1∼3위권 업체인 아이디스, 윈포넷, 아구스를 합친 것과 유사하지만 시가총액은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주식가치의 적정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PER의 경우 대만 AV테크가 18.3배, 한국업체는 평균 8.8배로 절반 이하로 저평가되어 있다. △PBR도 대만업체는 5.6배, 한국업체는 1.8배로 순자산대비 대만업체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유보율도 대만은 30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100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만 AV테크 매출의 45%가 유통업인데다 주당 매출액(SPS), 주당순이익(EPS), 주당 순자산(BPS) 등 운용효율도 낮은데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훨씬 고평가되는 실정이다.

 국내 영상보안업체들에 대한 적정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증시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강일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달간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보안장비업체들은 크게 오르지 못했다. 좋은 경영실적을 보여줘도 주가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증시에서 소외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아구스의 PER는 8.6배, 윈포넷은 8배로 증시에서 보안장비를 분류하는 통신장비군의 평균 PER 10.5배에 비해서도 저평가된 상황이다.

 강일주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증시의 포커스가 조선, 철강에 맞춰졌지만 하반기에 IT주가가 다시 살아나면 보안장비쪽은 수혜를 볼 가치주로 추천한다”면서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보안장비업계에는 지금보다 50%는 주가가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자금조달이 원활해져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일류의 우량기업으로 키워냈는데도 제조업종이란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칠수록 지속적인 매출신장과 수익률을 유지하는 가치주에 투자를 해야 한다. 이제 투자자들도 더 크게 눈을 뜨고 DVR, CCTV업종에서 숨겨진 보석을 찾아보는게 어떨까.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