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화기기업계가 360억원 규모 우체국 사업 수주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청호컴넷, FKM 등 4개사가 경쟁사와 짝을 지어 입찰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12일까지 진행되는 ‘2009년 중부권 및 남부권 우체국 금융자동화기기 도입사업’ 입찰에 노틸러스효성이 LG엔시스와 공동납품 형태로, FKM과 청호컴넷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했다.
이들은 노틸러스효성과 FKM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책임지고, LG엔시스와 청호컴넷이 통장겸용현금자동지급기(CDP)를 맡는 식으로 각 사의 역할을 나눴다. 다만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는 공동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대신 노틸러스효성이 사업주체로 나서고, LG엔시스가 노틸러스효성에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을 취했다.
지금까지 4개사가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여왔고,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는 최근 이직자의 기술유출 혐의를 놓고 마찰을 빚기도 했던 터라 협력 응찰은 이례적이다.
이처럼 4개사가 경쟁사와 손잡은 것은 입찰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정부 조기발주 방침에 따라 사업을 발주했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6월께 발행될 예정인 5만원권 지원기능을 갖추기에 시간상 부족함이 많았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도 단독뿐 아니라 공동으로 응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업체도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적과의 동침’은 1회성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시중 은행 사업에서는 이미 각 사별로 유리한 관계를 점하고 있는 고객에 대한 기득권을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 입찰은 빠듯한 공급일정을 맞추기 위해 경쟁사와 손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이 같은 협력이 향후 은행권 입찰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한편 11일 실시된 182억원 규모 중부권 입찰에서는 LG엔시스와 손잡은 노틸러스효성이 낙찰가 172억원에 사업권을 따내 먼저 웃었다. 나머지 180억원 규모 남부권 입찰은 12일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9년 우체국금융자동화기기 입찰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