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금융의 새로운 판로 뚫었다…융자에 투자개념 도입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월별 메자닌(투·융자 복합) 금융사업 추이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리스크(위험) 일부를 정부가 떠안는 메자닌(투·융자 복합) 금융지원사업이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정책자금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올해 시작한 메자닌 사업 수요가 매달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연초인 1월 신청이 10건(51억원)에 불과했으나 5월에는 212건(88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5월말 현재 누적 기준으로 494건(2111억5000만원)이 신청됐으며 이중 305건(843억9000만원)이 승인됐다. 올해 책정한 예산이 1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신청 기준으로는 목표치를 초과했다.

 투자와 융자의 장점을 활용한 메자닌 금융사업은 재무상태가 취약하나 미래 성장가치가 높은 스타트업기업을 대상으로 기획됐다. 메자닌(건물 내부의 층과 층 사이에 설치된 중간층)이란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대출과 투자의 중간형태다.

 류붕걸 중기청 기업금융과장은 “성장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쓰게 하고, 이들이 성공했을 때는 그 성과물을 공유하겠다는 취지”라며 “융자에 투자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성장가능성이 큰 초기 기업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뉴스의 눈

 ‘대출 VS 투자’

 초기 기술 창업(스타트업)기업들 대부분이 정부 창업자금 또는 신용보증기관 보증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회사를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대표(CEO)가 연대보증을 서야 하고, 자칫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 ‘신용불량자’ 멍에를 쓸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100% 리스크(위험)를 안고 있는 투자자 자금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탄탄한 엔젤투자자를 포함 벤처캐피털 시장이 활성화돼 있어서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가들이 망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올해 들어 국내에서 시작한 메자닌 금융지원은 주목할 만한 사업이다. 메자닌 금융은 창업 초기 2%대 금리로 신용대출 후 기업경영성과에 따라 이자를 추가로 납부하게 하는 ‘이익공유형 대출’과 1%대의 저금리 대출 후 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성장공유형 대출’ 등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이 가운데 이익공유형은 정부가 지분을 인수하지는 않지만 리스크를 떠안는 투자 방식으로, 이후 회사 이익이 많이 발생하면 추가 이자 형태로 보전을 받는다. 민간 영역으로 보는 정부의 지분 인수를 통한 직접 투자와는 다르다.

 이미순 벤처기업협회 책임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자금 운용을 인력 부족 문제와 함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며 “초기 벤처기업일수록 이자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이를 덜어주는 것은 기업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연구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메자닌 금융방식을 높이 평가하며 “은행도 기업금융에 있어 저위험저수익 모델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메자닌 금융을 채택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도 그런 사례가 나타난다”고 제안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