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공감(産學共感) 인재를 키우자]<5 · 끝>결산 좌담회

 “우리나라 대학 공학교육에 대한 문제점과 변화 필요성을 대학과 산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공학교육인증제를 통한 변화와 이를 위한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과 공학 커뮤니티 간 협력, 산업계와 정부 역할 확대가 필요합니다.”

 작년 12월 27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가진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대학 공학교육의 문제점과 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날 좌담회는 전자신문이 작년 11월부터 4회에 걸쳐 연재한 ‘산학공감(産學共感) 인재를 키우자’ 기획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변화를 맞고 있는 한국 공학교육이 공학 인재들의 역량 강화와 해외 진출을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특히 공학교육인증제를 통한 공학교육 기준 마련과 국제적 동등성 확보를 강조했다. 또 산업계의 공학교육인증 졸업생 혜택 강화와 인증 평가 참여, 인증제와 기술사 자격시험 연계 등 다양한 현안도 논의했다.

 

 ◆참석자 <가나다 순>

 김성조 공학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중앙대 교수)

 이재용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연세대 공과대학장)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조율래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사회=홍기범 경제정책부 경영기술팀장

 

 ◇사회(홍기범 경제정책부 경영기술팀장)=먼저 현재 우리나라 공학교육에 대한 각 주체들 생각을 들어보자. 교육과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공학교육 현실은.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산업계는 항상 인재에 목 마르다.

 계속된 문제지만 현장형 인재가 부족하다. 문제는 공대 졸업생 전공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배우는 전공도 기업 현장과 많이 다르다. 또 인성이나 인문학적 소양, 경영 관련 지식도 중요한데 현재 공대 졸업생은 너무 기술 쪽에만 치우쳐 있다.

 ◇이재용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최근 교육에서 강조되는 것이 다양성이다. 이전에는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너무 전공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 공학교육도 이른바 ‘공학소양’이 중요해졌다. 벤처를 하나 만들려면 특허도 알아야하고 경영도 알아야 한다. 리더십도 필요하다.

 융합인재가 중요해지면서 전공 비중 줄어들었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이 기초다. 물리와 수학 등 기초학문에 초점을 두면서 설계 능력 중시하는 쪽으로 공학교육도 변하고 있다.

 ◇조율래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청년실업 해소가 정부 최우선 과제다. 교과부도 대학과 기업 간 미스매치를 줄이는 것이 청년실업 해소 방안 중 하나라고 본다. 방법은 산학협력 강화다. 새해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을 통해 산학협력중점교수 2000명을 뽑는다. 산업계 경력을 가진 중점교수를 통해 현장 실습 늘려 산학 간 간극 좁힐 것이다. 우리 공대 인재의 해외 진출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공학교육 받으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방대 졸업자들은 솔직히 국내에선 취업 불리하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 공대 졸업생들이 해외 나갈 수 있는 교육시켜야 한다.

 ◇김성조 공학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그동안 우리 공학교육은 선진국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이 모델이 산업발전에 충분히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과 트렌드를 선도해야 할 때다. 아쉽게도 현재 대학은 창의적·융합적 교육을 할 준비가 안됐다. 교육 내실화 부족으로 졸업생 수준 보장 못한다.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졸업시키면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또 사회는 다양한 인재 원하고 있는데, 대학은 천편일률적 인재만을 내놓고 있다. 대학 교육 이제 변해야 한다.

 ◇사회=기업들이 공대 졸업생 자질 부족을 지적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떻게 교육시켜 달라는 주문은 없는 것 같다. 산업계는 어떤 공학인재, 어떤 교육 원하나.

 ◇임상혁=먼저 대학과 산업계 간극은 전문성과 적합성 문제다. 전문성은 전적으로 대학이 해결할 문제다. 적합성은 산학협력 강화로 해결할 수 없다.

 공대 교수 중 기업인 출신이 없다. 교수 대부분 기업 실무 경험이 전무하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있는 교수가 필요하다.

 또 기업이 대학교육에 참여하는데 대학사회 반감이 크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찍어내는 곳이 대학이냐’는 소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간극을 줄이기 위해선 기업 요구를 수용한 특성화학과나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이재용=산업계가 필요한 인재 대학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은 교육현장에서도 공감한다.

 전국 160여개 공과대학 교육과정이 거의 비슷하다. 이유는 평가 시스템이 같기 때문이다. 산업은 다양한데 대학에선 똑같은 인재만 키운다. 이런 인재를 여기저기 쓰려니 미스매치가 일어난다. 다양한 공학 교육을 정부가 대학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준비된 인재에 대한 대학과 산업계 정의가 다르다. 대학은 기초와 적응력이 탄탄한 인재로, 산업계는 곧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간극을 산학협력과 인턴십 등으로 줄여야 한다.

 ◇조율래=대학은 교육이 최우선인데, 그동안 교수가 교육 잘하는 것만으론 평가받지 못했다.

 그래서 교육 외에 논문이나 특허 등 연구에 신경썼다. 하지만 연구 잘하는 대학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학과 교수가 학생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한다.

 ◇사회=공학교육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가 공학교육 표준화다. 이 과정에서 공학교육인증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인증제 활성화는 많이 미흡하다. 원인은.

 ◇김성조=산업계가 원하는 교육을 하라는 게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철학이다. 문제는 학교 교수들이 연구 때문에 교육에 신경을 못쓴다는 점이다. 모든 대학 교육목표가 똑같다.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이 수요자 중심 교육에 철저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기업도 문제다. 문제에 대해 정확한 얘기 안하다. 그동안 대학교육에 대해 쓴소리가 없었다. 미국은 산업계가 대학 교육에 정확한 의견을 전달한다. 인증제 평가에 산업계 인사가 참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임상혁=구체적이진 않지만 산업계도 넓은 측면에서 대학 교육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왔다.

 산업계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은 건 우리나라에선 교육현장은 기업이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곳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이 마치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재용=대학 사회에 공학교육인증제 필요성을 물으면 90% 찬성한다. 하지만 실제 인증을 할거냐고 물으면 90% 반대다. 좋은 제도인데 현장 적응력이 떨어진다.

 ◇사회=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점이나 좀 더 현실적인 다른 대안들이 있다면.

 ◇조율래=대학은 각 상황에 맞게 다양해져야 한다.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일 필요없다. 좋은 인재 양성 위해 특화된 곳이 필요하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은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 양성에 집중해 특성화를 꾀할 수 있다.

 ◇이재용=대학에서 교육은 기본이다. 교육이 잘돼야 연구가 잘된다. 체계화된 과목 포트폴리오 만드려면 반드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교수 마음대로 교육이 이뤄진다. 공학교육 인증이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공학교육인증원과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TF)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

 ◇조율래=방향이 맞으면 방법을 찾으면 된다. 교과부가 운영해 온 공학교육혁신센터가 있다. 새해 2단계 평가에서 혁신센터 보유 대학의 인증제 참여부터 확인할 생각이다. 인증제 정착돼야 하고 충분히 해결 방법이 있다고 본다.

 학생에게 인증제 참여에 따른 노력과 시간대비 보상이 없는 것이 문제인데, 기술사 시험 자격요건과 인증제를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성조=인증제와 기술사 자격증 연계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인증제 참여는 공학교육 기본이다. 물론 참여를 조건으로 혜택을 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빠른 정착을 위해 그 동안 인증과 비인증 두 가지 트랙을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인증제 참여 학생과 비인증 학생간 큰 차이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기술사 자격 연계도 안 되고 별다른 혜택도 없으면 학생들 입장에서 인증제 트랙을 이수할 이유가 없다. 학위에 인증과 비인증 졸업생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명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적 기준은 구분을 요구한다. 우리 공학도들이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는 학위 명칭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사회=여러 문제점 공감하고, 해결책을 찾는 자리였다. 이번을 계기로 소통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국 공학교육 비전에 대해 짧은 정리 부탁한다.

 ◇김성조=공학교육 변해야할 시점이다. FTA나 WTO에서는 엔지니어 이동성이 중요하다. 우리 인재를 밖으로 보내야하고 반대로 글로벌 인재는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국제적 동등성이고, 이를 위해 공학교육인증제 필요하다. 글로벌 공학인 배출이 중요하다면 인증제 확산을 위해 무엇보다 산업계 참여가 절실하다. 산학협력과 파트너십 강화를 부탁드린다.

 ◇이재용=학생들 현장 적응력 높이려면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필요하다. 산업계와 대학이 필요한 인력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기준도 함께 만들고 교육평가도 같이해야 한다. 또 공학도들이 사회에 나가면 일정 시간 후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재교육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임상혁=올해 경제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기본 전략은 내실화다. 내실화 포인트는 기술개발과 시스템 개혁, 인재양성이다. 산업계도 새해 인재양성에 힘쓰겠다.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 확대하고 이공계 우대 제도 및 재교육 문제 챙기겠다.

 산업계가 젊은 공학인재들에게 비전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비전을 주는 작업을 열심히 하겠다.

 ◇조율래=정부 차원 공학교육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산업계 관점 평가에 대해 고민하겠다. 한미 FTA 비준으로 서비스 업종에서 상호인정 중요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공학교육 인증제가 정상화돼야 한다. 인증 확산을 위해 각 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