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벚꽃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큰일 날 소리!"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일대 벚꽃축제가 지난주 끝났다. 남녀노소 많은 시민이 봄을 만끽했다. 한가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벚꽃은 우리나라를 강탈했던 일본의 국화(國花)라는 이유 때문이다. 일본 문화와 역사 속에서 벚꽃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문학과 예술에서 벚꽃은 종종 일본 사무라이의 상징물로 그려진다.

[사이언스 인 컬처]"벚꽃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큰일 날 소리!"

꽃구경을 간다는 일본말 `하나미(花見)`의 전통은 나라시대(710~794)부터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서 일본세기에는 하나미 전통이 3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쓰여 있다. 헤이안 시대(794~1185)를 거치면서 전통은 더욱 굳어졌고 에도시대(1503~1867)에는 사무라이 꽃으로 발전해 대중적인 꽃으로 변했다. 벚꽃을 의미하는 `사쿠라`는 곧 일반 꽃을 의미할 정도가 됐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동안 한반도 곳곳에 벚나무를 심었다. 진해 벚꽃도 일제 강점기에 도시 미관을 위해 심은 것이 시초다. 이 때문에 광복 이후 `일본의 나라꽃`이라며 주민들이 벚나무를 베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962년 식물학자 박만규와 부종휴에 의해 진해에 있는 벚꽃은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나무로 밝혀지면서 되레 벚나무 살리기 운동에 들어갔다. 현재 진해에는 가로수, 공원, 강가를 막론하고 약 34만7000그루의 왕벚나무가 자라고 있다.

일본에서 사쿠라라고 부르는 벚꽃, 그 중에서도 화려하게 피기로 유명한 왕벚나무는 제주도가 원산지다. 왕벚나무는 1901년 일본학자가 도쿄에서 발견해 국제 학계에 보고해 원산지가 일본인 것처럼 알려졌었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이후 제주도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돼 일부 학자들이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것을 인정했다. 일본의 식물학자 고이즈미 겐이치는 1933년 벚꽃이 한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일본 사쿠라의 한국 기원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2001년 4월 산림청 분자유전학연구실도 한·일 왕벚나무를 대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 지문분석을 벌인 결과 한라산이 원산지인 사실을 규명했다.

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