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안전검사, 불량설비를 합격으로 처리? 이게 왠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5년간 전체고장 대비 파급고장 점유율

공장·빌딩·아파트 등의 전기안전검사 수준이 낮아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험한 수준`의 불량 전기설비임에도 정기검사에서는 전부 합격처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이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75㎾를 초과하는 전국 143개 자가용 수전설비에 대해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한 진단결과, 143곳 모두 심각한 수준의 불량설비로 교체 및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교나 재래시장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과 아파트·빌딩 등으로 정기검사 주체인 한국전기안전공사는 143곳 모두를 안전한 설비로 판단, 합격 처리시켰다.

한국전력은 자가용 수전설비가 고장날 경우 한전 전력계통에 실시간 감지되는 파급고장 비율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2008년부터 고객소유의 수전설비 점검 지원제도로 실시해왔다. 한전은 지난해 고압(75㎾ 이상) 고객 6만5935호를 점검한 결과 1940호가 불량의심으로 판단하고 이 중 무작위로 143곳에 대해 열화상카메라 등 장비를 활용해 진단했다.

이번에 불량으로 진단된 143곳은 전기안전공사가 정기검사를 실시한지 2년이 안 되는 설비로 이 중 59곳은 정기검사를 실시한지 6개월도 안됐다. 정기검사는 전기로 인한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3년에 한번씩 실시한다.

정부는 매년 수백억원의 국가 예산을 투입해 전기안전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전체고장률 대비 파급고장률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2007년 전체 전기사고 9044건 중 파급고장은 2306건으로 25.5%가 한전의 전력계통으로 확대됐다. 2009년에는 8024건 중 29.2%(2300건), 2011년에는 6195건 중 29%(1794건)가 파급고장으로 이어졌다.

한전 관계자는 “정기검사 후 6개월 이내 파급고장의 24%가, 12개월 이내에 45%가 발생했다”며 “정기검사 경과기간에 관계없이 파급고장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전기안전공사는 설비 안정성 증대와 고장 감소를 위해 내실 있는 검사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파급고장은 검사시점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유지·운영 중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열화상카메라 진단은 날씨나 주변 환경에 따라 매번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파급고장은 아파트나 빌딩 등 고객 소유의 수전설비에 발생한 고장이 한전 전력계통과 연결돼 정전 등 2차 사고로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22.9kV로 공급되는 한전 배전계통의 특성상 고객 수전설비와 전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수전설비 고장 시 변전소 및 배전선로의 개폐기 시점까지 고장이 영향을 미쳐 정전사고가 발생한다.

[표] 최근 5년간 전체고장 대비 파급고장 점유율

자료=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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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