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창업 자체보다 육성이 시급

정부와 벤처기업협회가 21일 발표한 ‘벤처 1000억 클럽’ 조사 결과는 향후 벤처 정책 방향 설정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시사점을 ‘벤처기업은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됐으나 성공 사례가 주춤했으며, 획기적인 지원 정책이 나와야 한다’로 압축할 수 있다.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벤처기업 현황 조사를 지난 2005년 시작했다. 1000억 클럽 가입 기업 수가 지난해 454개로 9년 만에 6.7배 증가했다. 질적 성과도 눈부시다. 성장성(매출액 증가율), 수익성(영업이익률)도 대기업보다 훨씬 낫다. 특히 매출액 대비 기술투자와 수출 비중이 대기업을 압도한다. 연구개발(R&D) 비중은 2.7%, 수출 비중은 25.9%로 대기업의 1.2%, 17.4%를 크게 웃돈다. 대기업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두 지표다. 중견 벤처기업이 우리 산업의 기술 혁신과 글로벌화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벤처 대박 신화가 주춤했다. 1000억 클럽 가입 증가율이 2012년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졌으며 2년 연속 이어졌다. 벤처기업협회 분석대로 2000년 씨앗을 뿌린 이후 획기적인 벤처 육성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성보다 안정성에 치우친 것도 일조를 한다.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창업한 기업의 활동 반경을 넓힐 생태계 조성과 산업 지원책이 더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인수합병(M&A)과 상장 활성화, 상장사다리와 해외진출지원 펀드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긍정적인 방향이지만 벤처기업과 투자자들이 피부로 실감할 정도는 아니다. 경제부처가 협력해 벤처 관련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벤처 창업은 1000억 클럽 가입 기업과 같은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 저절로 활성화한다. 성공한 벤처기업가는 자신과 똑같은 어려움을 후배 창업가들이 겪지 않도록 투자도 하고 멘토도 한다. 자생적인 벤처 선순환 생태계도 만들 수 있다. 중견 벤처기업 육성은 곧 벤처 정책의 출발점이며 도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