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대응이 본격화했다. 처음으로 ISO 26262가 적용된 양산차를 내놓은 데 이어 표준 준수에 필요한 개발 도구 채택에 직접 관여한다. 전사 차원의 ISO 26262 적용 목표 시점이 1년도 남지 않아 대응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를 대상으로 ISO 26262 대응 솔루션 검토에 나섰다. 업체 별로 ISO 26262 표준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정보를 모았고, 일부 업체는 솔루션 시연 일정까지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결과에 따라 특정 솔루션 기능을 협력 업체에 표준 규격으로 하달할 여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솔루션을 직접 사용하는 곳은 완성차 제조사가 아닌 부품 제조사지만 완성차 제조사가 내려주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현대·기아차가 직접 솔루션을 검토해 표준 스펙을 하달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 개발 프로젝트 별로 기능안전 담당자(세이프티 매니저)도 지정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까지 ISO 26262 대응 체계 마련을 한 개 부서에서 총괄하던 것에서 한 단계 진전된 것이다. 실제 제품 개발 과정에서 ISO 26262 적용을 본격화한 셈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출시한 ‘더 뉴 i40’에도 ISO 26262가 적용된 7단 DCT 변속기를 탑재했다. 현대·기아차가 양산차에 ISO 26262를 적용해 독자 개발한 부품을 탑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용 부품과 차종은 올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말까지 전사 차원의 대응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협력사에 올해 신규 발주 과제부터 표준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납품받는 30종 내외의 주요 전자제어장치(ECU) 모두 ISO 26262 준수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자체 검증 시스템 구축은 이미 마쳤고, 지금은 이를 협력사 개발 과정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
이에 따라 부품 업계 대응도 한층 빨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현대·기아차가 협력업체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해 국내 업체 대응이 부진했다”며 “올해 현대·기아차가 대응에 속도를 내면서 부품업계의 ISO 26262 관련 제품 수요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