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SW 혈맥을 뚫어야“...손욱 융기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멋진 건물이 많습니다. 1500개 기업이 있어요. 이들 사이에 피가 흐르도록 소프트웨어적인 혈맥을 뚫어줘야 합니다.”

손욱 융기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이 판교테크노밸리에 새로운 개념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한다. 판교 입주기업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모여 토론하고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연결고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판교CTO클럽 구성에 나섰다.

“판교 SW 혈맥을 뚫어야“...손욱 융기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

지난 4월 말 첫 준비모임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45명 회원이 모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등 대기업도 참여했다. 연말까지 100명을 모집해 조직 구성을 마무리하고 테마별 연구회와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매월 모여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할 계획입니다. 해외에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펀딩을 하고 가져가 사업화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판교CTO클럽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표장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판교에 모인 기업이 각각의 영역에서 구축한 역량을 한 데 모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손 교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참여를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기업이 참여하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는 대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중소기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잘 엮어서 꽃을 피우고자 한다”며 “대기업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삼성전관 대표를 거쳐 삼성종합기술원장, 농심 회장을 역임했다. 대기업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기업들만 있으면 시너지가 안납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학처럼 COE(Center Of Excellence) 역할을 할 대학이 있어야 합니다. 판교에서는 융기원 컨텍아카데미가 맞춤형 교육센터로서 그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손 교수는 판교테크노밸리를 세계적인 첨단 R&D단지로 조성하고, 이곳에 벤처 및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과 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 공급해주는 대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청년 실업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융기원에서 4년째 지속하는 월드클래스융합최고전략과정(WCCP)으로 주제를 옮겼다. WCCP는 손 교수가 삼성의 리더십 프로그램인 SLP과정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벌써 6기까지 진행, 졸업생 200명을 배출했다. 이곳에서는 융합기술 외에 세종창조리더십과 과학적방법론을 가르친다.

손 교수는 “6개월간 차세대 리더로 환골탈태할 정도로 교육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며 “강의와 실습은 물론 프로젝트를 같이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 특히 과학적방법론으로 무장한 14명의 컨설턴트가 직접 컨설팅하기 때문에 실제 경영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드클래스300은 정부가 100년간 300개의 월드클래스 기업을 만들자는 의도로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1%에 불과, 실제 육성보다는 발굴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300개의 월드클래스 기업을 육성하려면 3만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계산인데 전국에 WCCP같은 리더십 교육기관이 50개를 만들면 된다”며 “이를 위해 그동안 쌓아온 자료와 노하우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