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58> 행복나눔 전도사 손욱 행복나눔125 회장

손욱 회장은 “CEO는 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행복나눔125를 창조경제시대의 새마음운동으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손욱 회장은 “CEO는 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행복나눔125를 창조경제시대의 새마음운동으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손욱 행복나눔125운동본부 회장을 수식하는 말은 많다. `혁신 전도사` `식스시그마 전도사` `한국의 잭 웰치` `최고 테크노CEO`로 불린다. 최근 `행복나눔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늘었다.

손 회장을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만났다. 손회장은 서울대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이자 WCCP(월드클래스융합최고전략과정) 주임교수이기도 하다.

-행복나눔125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0년 3월부터 시작해 7년이 됐다. 행복나눔125는 신바람 나는 행복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정신문화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낙후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국민으로 만들었다. 우리도 잘 살아보자며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게 새마을운동이다. 세상이 변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정신문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7년 정신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설립했다. 연구원들에게 파격 대우를 했다. 월급과 연구비를 서울대 교수의 3배를 준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인문학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박 대통령이 서거하고 정권이 바뀌면서 당초 취지가 변했다. 지금은 새마을운동과 다른 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다. 행복나눔125를 창조경제시대 `새마음운동`으로 정착시키고 싶다.

-125는 어떤 의미인가.

▲1은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착한 일 하기다. 2는 한 달에 책 2권 읽기, 5는 하루에 5개 이상 감사 일기를 쓰자는 것이다. 이를 묶은 게 125다. 토크쇼의 여왕인 미국 오프라 윈프리가 불행한 어린 시절을 극복한 것도 매일 감사 다섯 가지를 일기에 적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성과는.

▲2010년 포스코ICT에서 허남석 사장이 운동을 도입, 성공을 거두었다. 정준양 당시 포스코회장이 이를 보고 전 그룹으로 확산시켰다. 이순진 대장(현 합참의장)도 2작전사령관 시절에 이 운동을 벌인 결과 1년 사이에 사고 57%, 관심사병 60%가 줄고 특등전사는 24% 증가했다고 한다. 맹호부대는 1년 동안 이 운동을 벌여서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았다. 6월부터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 이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지금은 각 군(軍)과 학교, 기업, 종교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이 운동을 한다. 세종대왕의 꿈인 생생지락(生生之樂), 즉 백성이 생활과 일의 즐거움을 느끼는 행복한 세상을 이 시대에 구현하자는 게 이 운동의 취지다.

-세종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나눔이다. 국정이 잘 돌아가도록 권력을 나눴다. 세종은 즉위 제일성으로 “나는 잘 모르니 함께 의논하자”고 말했다. 둘째는 경연(經筵)이다. 관료들이 세종 앞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 방식이다. 재위 32년 동안 경연을 1,898회 열었다. 월 평균 5회다. 세종 5년에는 무려 250회를 열었다. 셋째는 칭찬이다. 세종실록을 보면 칭찬하고 상 주는 내용이 많다. 세종은 한국형 리더십의 전형(典型)이자 창조경제의 구현자다.

-세종시대가 가장 창의적인가.

▲그렇다. 1983년 일본에서 `과학기술사사전`을 발간했다. 이 책 연표에 기원전부터 20세기까지의 세계 과학기술 업적을 정리했다. 15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기술은 한국 29건, 중국 5건, 일본 0건, 기타 28건으로 기술했다. 세계 최고 첨단기술 62건 가운데 29건이 조선에 있었다. 세종시대의 농업생산성은 400% 높아졌다. 당시 왜구의 침범이 없었다. 이유는 남는 양식을 나눠 줬기 때문이다. 성신대 총장을 지낸 전상운 박사는 “당시 노벨상이 있었다면 조선이 47%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전도사로 불린다. 비결은 뭔가.

▲삼성은 새로운 방법을 가장 먼저 경영에 도입했다. 삼성전자가 앞장섰고, 그 일을 하다 보니 혁신 전도사로 불리게 됐다. 삼성SDI가 국내 최초로 식스시그마 운동을 도입, 적자 회사를 흑자로 만들었다. 이후 이 운동은 전국으로 퍼졌다. 당시 열기가 대단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 운동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중소기업으로 확산시켜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삼성의 최고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나.

▲삼성은 부장이 되면 우수 인력 20%를 대상으로 임원 승진 교육을 실시한다. 삼성리더십프로그램인 SLP 과정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리더 그릇이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경영 이념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였다. 기업이 곧 사람이다. 그래서 1984년부터 정신교육을 했다. 이 선대 회장은 관리하고 평가하는 `관리의 삼성`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이건희 회장은 취임하면서 창의경영과 창조경영을 강조했다. 바로 이 회장의 삼성 신경영이다. 삼성 용인연수원(현 삼성인력개발원)에 창조관을 신축했다. 이 회장은 “세계 1위가 안되면 망한다”고 강조했다. 1993년 6월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할 때 나는 이 회장 수행팀장이었다. 이 회장의 그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발언도 그때 나왔다. 삼성전자 임원 200여명을 모아 회의하면서 68일 동안 유럽과 일본의 최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했다. 세계 기업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당시 임원들은 회사 업무와 담을 쌓았다. 전화도 할 수 없었다. 부장들이 회사 일을 다 했다. 돌아와서 보니 회사가 더 잘 돌아갔다.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10대 신성장 동력 사업 선정 작업에 국가기술자문회의 멤버로 참여했다. 각 부처가 사업 100여개를 내놓고 10대 사업에 넣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세계 석학 5명을 초청, 토론도 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신성장 동력 선정위원들과 만찬을 했다. 노 대통령이 세계 석학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발언했는데 이구동성으로 “국가가 성장 동력 같은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 성장 동력은 사람이다. 교육에 총력을 기울여서 국민 역량과 자질을 향상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육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나 기업이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매출 확대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재능과 역량을 발휘,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EO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보이지 않는 자본이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인용한 언론 보도를 보면 조사 대상 13개국 가운데 보이지 않는 자본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한국이 유일했다. 미국은 플러스 30%인데 한국은 마이너스 40%였다. 미국은 10명이 13명분의 일을 하고 한국은 10명이 6명분의 일을 한다는 결과다. CEO들이 자본과 설비에는 관심이 많지만 직원들이 일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리더십이다. 세종은 신하와 백성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했다. 상명하복의 수직 조직에서는 개인의 창조 역량이 발휘될 수 없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기업들을 보면 위기의식이 없다. 한국은 창조·융합 측면에서 중국에 뒤져 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은 중국 기업들의 잔치마당이었다. 중국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한국 정부 각료들에게 “인터넷 중심의 인터넷 사유(思惟)를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터넷 사유는 개방과 평등·상생의 관계다. 샤오미는 인터넷 세상처럼 일한다. 중국 기업들이 다 그렇게 한다. 한국 대기업은 수직 문화가 여전하다. 윗사람 결재를 받아야 움직인다. 인터넷 세상은 그런 방식이 아니다. 수직이 아닌 수평 조직 문화다.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에 대한 입장은.

▲이런 문제는 국방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관련 부처가 토론해서 결정해야 한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세종실록을 권하고 싶은데 이건 어렵다. 그 대신 `세종처럼`을 읽어 보길 권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는 공공 리더십을 교육하는 곳이 없다. 미국 케네디스쿨은 세계적인 공공정책 전문 대학원이다. 세계 리더들의 필수 코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곳에서 공부했다. 한국에 공공 리더십을 교육하는 정책대학원을 설립하고 싶다. 여러 곳에 제안했는데 아직 반응이 없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온유겸손`이다. 그래야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 별명은 `흔들바위`다. 이야기를 다 듣지만 중심은 지킨다는 의미로 주위에서 그렇게 부른다. 창조·융합을 하려면 유연성을 가져야 하지만 자기중심을 잡아야 한다. 취미는 책 읽기와 주변 산행이다. 최근 도서 1000여권을 융합기술원에 기증했다. 집에는 2000여권이 남아 있다.

손욱 회장은 서울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한국비료를 거쳐 197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며 삼성 혁신을 주도했으며, `삼성전자 10년 비전`을 만들었다. 삼성SDI 사장으로 있으면서 국내 최초로 식스시그마 운동을 도입, 전국으로 확산시킨 주역이다. 삼성전관 사장과 최장수 삼성종합기술원장(5년), 삼성인력개발원장을 거쳐 농심 회장을 역임했다, 2006년 현직에 있으면서 서울대 공대 최고산업전략과정 주임교수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주임교수, 행복나눔125운동본부 회장, 한국형리더십연구회장, 감사나눔신문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판교CTO클럽도 구성했다. 경영혁신대상 최고경영대상과 과학기술훈장 혁신장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도 선정됐다. 저서로는 `삼성, 집요한 혁신의 역사` `그래도 행복해지기` `십이지경영학` `초일류 목표 설정의 길` 등 다수가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