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분기 가계통신비 내렸다...중저가폰 인기 덕분

중저가폰 인기 덕분…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최저 수준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이 스마트폰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 <전자신문 자료사진>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이 스마트폰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 <전자신문 자료사진>

1분기 가계통신비가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신요금은 소폭 오른 반면에 통신장비(휴대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체 통신비를 끌어내렸다. 중저가폰 유행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안정화에 이어 가계통신비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단통법 지속 추진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요금이 12만원대에 묶인 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이 중저가폰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자료사진>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이 중저가폰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자료사진>

◇가계통신비 1년 전보다 0.3% 하락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가계통신비는 14만55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3%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의 15만2300원과 비교하면 6800원이나 줄었다. 통신비가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지난해 1분기와 같지만 2014년 1분기(6%)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통신비가 하락하면서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1분기 가계통신비는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장 낮은 지난해 3분기의 14만5200원과 300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가계통신비는 2014년 3분기 15만1100원을 기록했다. 단통법을 시행한 4분기에 14만8400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14만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신제품 출시 등 계절 요인에 따라 다시 15만원대를 넘기도 했다.

가계통신비(휴대폰+통신요금) 구성 항목에서 통신요금은 전년 대비 700원가량 올랐으나 휴대폰값이 1200원이나 하락하면서 전체 가계통신비를 끌어내렸다. 1분기 통신요금이 소폭 오른 것은 지난 3월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평균가입요금은 1~2월 3만8000~3만9000원대였으나 3월 4만원대를 넘었다. 통신요금이 4만원을 넘은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올 3월이 유일하다.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이 중저가폰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자료사진>
휴대폰 매장에서 고객이 중저가폰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자료사진>

◇중저가폰 활성화가 가장 큰 원인

1분기 전체 가계통신비가 하락한 것은 휴대폰 가격이 하락한 덕분이다. 1분기 휴대폰은 1만96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6%나 줄었다. 휴대폰 값이 1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단통법 시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속 감소세를 보인 통신요금과 달리 휴대폰 가격은 상승을 계속,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1분기 휴대폰 값이 하락한 것은 계절 요인과 중저가폰 활성화 덕분이다. 삼성 갤럭시S7과 G5가 출시됐지만 3월 중순 이후 판매되면서 1분기 통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휴대폰 값 통계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가 휴대폰이 출시된 시점에는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말 아이폰6S가 출시되면서 4분기 가계통신비가 치솟은 것이 대표 사례다.

중저가폰 선호 추세가 뚜렷하다. 중저가폰 출시 열풍과 20% 요금할인 등의 영향으로 중저가폰과 중고폰의 인기가 높다. 미래부에 따르면 3월 50만원 미만의 중저가 단말기는 39종에 이른다. 2014년 15종에 비하면 갑절 이상 늘었다. 3월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은 35%를 넘었다. 2014년 21.5%와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단말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굳이 80만~90만원대의 고가 프리미엄 휴대폰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 과소비` 습관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S7과 G5 통계가 포함되면서 2분기에는 가계통신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통법 추진에 힘 실릴 듯...통신요금 추가 인하는 고민거리

시장안전 효과와 함께 가계통신비까지 인하되면서 단통법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단통법이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했지만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공헌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통계청 가계동향 자료에서 보듯 계절 요인을 제외하면 가계통신비는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6월 단통법 개선안을 내놓을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할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생각보다 통신요금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지 않는 점은 고민거리다. 가계통신비 통계에서 통신요금은 단통법 시행을 전후해 줄곧 12만원 중반대에서 오르내릴 뿐 큰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1분기의 20% 요금할인 활성화와 알뜰폰 인기에도 통신요금이 오른 것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알뜰폰은 6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 요금할인은 8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정부는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3월 데이터 트래픽은 처음으로 20만 테라바이트(TB)를 돌파했다. 롱텀에벌루션(LTE) 트래픽이 18만7000TB를 돌파하며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동영상 등 데이터 사용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고객이 자발로 고가요금제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여전히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지도 지켜보기로 했다. 3월 이동전화 평균가입요금이 유독 높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