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로보어드바이저의 허상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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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로보어드바이저의 허상과 과제

올해 초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AI) 관심이 뜨거웠다. 관심은 금세 일확천금을 벌어들일 만능 로봇트레이딩 기술로 옮겨갔고, 많은 업체가 AI 기술을 내세워 남들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벌어 주겠다는 약속을 흘리는 듯 했다. 그렇게 한국형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태동했다.`대박에 눈이 먼 고객들은 오래된 거짓말이라도 새로운 이야기로 꾸며 내면 매번 속고 또 속는다`고 기대한 것일까. 실체 없는 유행어로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숨 가쁘게 소비됐고, 그에 따른 회의감과 피로감 속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인식은 오로지 수익률에만 맞춰져 왔다. “그래서 얼마나 벌어 준대”가 모든 담론의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헤지펀드 대부인 조지 소로스의 클론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처럼.

막강한 컴퓨터와 수학적 분석을 융합해 계량적 투자를 하는 방법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아 왔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스라는 헤지펀드가 대표 사례다. 1994~2014년 수수료 차감 전 기준으로 연평균 71.8%라는 전무후무한 수익률을 올린 전설의 헤지펀드다. 현재는 아무리 고액 투자자라 하더라도 가입할 수 없게 돼 회사 임직원의 자금 80조원가량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시장 접근 방식이 이미 알파고의 기계학습(머신러닝) 패턴 인식 방법론과 같을 뿐만 아니라 연간 몇 조원에 이르는 규모를 연구비로 재투자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AI 기술이 투자 수익률을 높여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분명히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르네상스테크놀러지스가 아닌 회사들이 소소한 연구비를 투자해도 이러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매우 회의적이다.

원론적으로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면 누구라도 복제 가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수천개의 계량 분석 헤지펀드가 르네상스테크놀러지스를 복제하려고 해보았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은 과연 이런 헤지펀드에 가입할 수 없어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일까.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 계좌의 약 95%는 손실 계좌라고 입을 모은다. 흔히 50대50 수익 기회가 있다는 주식 투자에서 이렇게 높은 투자 실패율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주식은 50% 이상의 수익 확률이 있고 장기 투자를 할수록 확률은 높아진다. 많은 이가 체계적으로 불필요한 손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다. 헤지펀드가 없어서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잘못하고 있어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투자 격언에 `진입은 기술이고 청산은 예술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한마디 더 붙여야겠다. 자신의 성향에 정확히 맞는 기술적 진입과 예술적 청산의 균형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엄격히 지키지 않는다면 외줄에서 미끄러지듯 앞에서 언급한 95%의 손실계좌로 직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인에게 들은 정보로 진입한 투자에서 초기에 수익을 보다가도 결국 손실로 마무리한 사례, 진입하고 손실이 커져서 눈물을 머금고 손절했더니 폭등한 사례 등은 이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예의 일부일 뿐이다.

수익을 내고 있는 상위 5% 계좌 주인에게 물어 본다면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리스크를 감내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투자하는지, 어느 정도의 수익에 만족하는지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원칙과 이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식상한 얘기지만 이 균형은 공학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이고, 그래서 로보어드바이저에 거는 희망은 원칙 설정과 그것의 이행을 통해 손실 계좌를 줄여 주는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선 각 개인의 투자 성향은 어떻게 다른 것이며,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또 천편일률적 운용이 아니라 언제 가입한 고객에게 현재 어느 정도의 손익이 발생했으니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대응을 해 줘야 하는지를 맞춤화해 알리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예언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대응과 함께 자문에 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예금을 3년을 묶어 둬도 총 5%의 수익을 내기 힘든 세상이 왔다.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거둘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하는 고민에 답을 줄 시스템이야 말로 우리가 기다리는 로보어드바이저다.

단언컨대 이러한 `좋은 투자`를 하는 로보어드바이저란 뛰어난 수익률의 허상을 약속하는 마술 같은 시스템이 아니라 개개인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자문에 응해 주고, 고민하며, 장기적 수익을 더불어 도모해 가는 서비스가 아닐까 한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juliuschun@doomoolm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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