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요소기술 개발 더뎌… 7나노 생산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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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EUV 노광 장비 NXE 시리즈
<ASML EUV 노광 장비 NXE 시리즈>

7나노 초미세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exposure) 장비와 함께 쓰일 마스크(mask) 검사 장비, 마스크 보호용 펠리클(Pelicle), 감광액(Photoresist) 등 요소 기술 개발 진척도가 아직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TSMC는 7나노 시스템반도체 생산 공정에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하기로 하고 내년부터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광원 출력 부족에 따른 낮은 처리량이 어느 정도 해결됐기 때문이다. ASML은 올해 EUV 장비 한 대당 하루 1500장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양산 라인에 설치된 불화아르곤(ArF) 액침(immersion) 장비(하루 5000~6000장)와 비교하면 여전히 느린 속도지만 삼성 등은 일부 중요한 박막 층의 회로 패턴 형성에 EUV를 사용하면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노광은 설계 패턴이 새겨진 금속 마스크 원판에 빛을 쪼이고, 이를 투과한 빛은 감광액이 도포된 웨이퍼로 전사,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필름 사진을 현상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빛 파장이 짧을수록 더 미세한 회로 패턴을 새길 수 있다. EUV의 빛 파장은 13.5나노미터(nm)로 ArF 액침 장비(193nm) 대비 짧다.

문제는 먼지로부터 마스크를 보호하는 펠리클이다. EUV 마스크를 보호하는 펠리클은 아직 제대로 된 시제품을 내놓은 업체가 한 곳도 없다.

EUV는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성질을 가졌다. 광원이 대형 렌즈를 직선으로 투과해 마스크에 닿는 기존 ArF 액침 장비의 내부 구조로는 출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렌즈가 대부분의 광원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UV 장비는 다층 박막 특수 거울을 내부에 배치, 광원을 여러 차례 반사시켜 웨이퍼에 닿게 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EUV는 공기를 포함한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된다. 따라서 EUV 노광 장비도 내부 구조가 기존 액침 장비와는 큰 차이가 있다.
<EUV는 공기를 포함한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된다. 따라서 EUV 노광 장비도 내부 구조가 기존 액침 장비와는 큰 차이가 있다.>
EUV 마스크와 펠리클 구성도. 반사 구조여서 빛이 한 번 들어온 다음 다시 빠져나갈 때 광원 손실이 크다.
<EUV 마스크와 펠리클 구성도. 반사 구조여서 빛이 한 번 들어온 다음 다시 빠져나갈 때 광원 손실이 크다.>

EUV용 펠리클 개발이 더딘 이유는 이 같은 반사 구조 때문이다. 기존 렌즈 방식에선 빛이 한 번만 펠리클을 투과하면 됐지만, 반사 구조인 EUV 장비에선 빛이 한 번 들어왔다가 다시 반사돼 빠져나가야 한다. 광원 손실이 크다.

기존 액침 장비용 마스크 펠리클. 펠리클은 마스크를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광학 초점은 마스크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펠리클에 먼지가 앉아도 올바르게 패터닝이 이뤄진다.
<기존 액침 장비용 마스크 펠리클. 펠리클은 마스크를 먼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광학 초점은 마스크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펠리클에 먼지가 앉아도 올바르게 패터닝이 이뤄진다.>

이머전용 펠리클은 폴리머 필름 형태다. EUV용 펠리클은 투과도를 높이기 위해 실리콘 재료를 활용한다. 가로 110mm, 세로 144mm 크기에 두께가 50나노로 매우 얇은 초박막 필름 형태로 만들어야 투과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필름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펄렁거리는 얇은 필름을 마스크 위로 고정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일본 신에츠는 지난 3년간 EUV 펠리클을 개발하다 포기했다. 국내에선 펠리클 전문업체 에프에스티(FST)가 EUV 펠리클을 개발 중이다. 마스크 전문 업체 에스앤에스텍도 EUV 펠리클을 개발하기로 하고 상당한 자금을 시설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물이 없다.

당초 삼성 등은 펠리클 없이 EUV 장비를 운용하려 했으나 먼지에 따른 마스크 손실이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EUV용 마스크는 장당 5억~6억원가량으로 비싸다. 보호 펠리클이 없어 마스크가 자주 깨지면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은 외부 협력사를 물색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펠리클 개발에 나서고 있다. ASML 역시 EUV 장비의 양산 라인에 넣기 위해 펠리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투과율 95%를 요구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EUV 펠리클의 투과율은 80%도 안된다”며 “투과율이 떨어지면 광원 손실과 웨이퍼 처리량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전에 반드시 개발이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EUV 펠리클은 웨이퍼 수만장을 뽑아낼 때마다 바꿔야 하고 개당 가격이 2000~3000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므로 FST와 에스앤에스텍 등 국내 업체가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상당한 매출 성장 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5nm EUV 파장에 맞는 마스크 검사 장비 개발도 시급하다. 이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업체는 검사장비 전문업체 KLA-텐코 정도 밖에 없다. 그러나 KLA-텐코는 개발비를 사전 지급하지 않으면 장비를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V용 감광액 역시 mJ 단위로 표기되는 감광도(빛을 얼마나 쬐어야 감광이 되는지)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웨이퍼 위로 도포했을 시 생성되는 기포 역시 최소한으로 줄여야 정확한 미세 패턴을 그릴 수 있다. EUV용 감광액은 일본 JSR과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인 IMEC가 공동 생산 시설을 운용 중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