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산업이 되다]<하>덩치에 밀리는 한국, '2등 국가 전락할라'

글로벌 게임업계는 e스포츠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버워치 리그' 사례가 대표적이다.국가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 기업은 e스포츠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5년과 2016년 국내 유명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선수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출했다. 국내 대기업 후원 팀에서 활약하던 A급 선수들이 중국에서 최소 수억원대에서 최대 20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계약금을 보장 받았다.

한국 프로게이머 중 현재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는 선수는 SK텔레콤 T1 소속 이상혁(LoL, 페이커)이다. 이상혁 선수는 연봉과 상금, 동영상 수입을 합쳐 연간 20억원 가량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만 따진다면 국내 최고 선수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중국 프로게임단이 수년 전부터 페이커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세계 최고 리그(한국)에서 활약하겠다는 것이 본인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세계 최고 수준 경기력이 한국 e스포츠 업계 최대 자산이라는 이야기다. 방송 노하우와 훈련, 지원 등 시스템은 글로벌 업계가 빠르게 ?아오는 분야다.

글로벌 게임사 관계자는 “이미 각 종목사(게임사)가 자체 방송 인력을 확보해 수년째 투자를 한데다 대회 개최 지역이 세계 전역으로 확장되며 규모도 키우는 중”이라면서 “이 같은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경우 한국이 가진 e스포츠 경쟁력은 결국 선수 밖에 차별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 e스포츠 전용경기장 LA '블리자드 아레나'. 콘트롤룸. 블리자드 제공.
블리자드 e스포츠 전용경기장 LA '블리자드 아레나'. 콘트롤룸. 블리자드 제공.
블리즈컨 2016에 오버워치 월드컵을 보러 몰린 관중들. 블리자드 제공.
블리즈컨 2016에 오버워치 월드컵을 보러 몰린 관중들. 블리자드 제공.
관객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는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 블리자드 제공.
관객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는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들. 블리자드 제공.

국내 e스포츠 생태계는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시작했지만 10년 이상 크게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주도권을 가진 종목이 부족한데다 기업 참여도 홍보, 마케팅 차원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산 게임보다 외산 게임으로 리그가 형성되며 전국 단위 풀뿌리 생태계를 구성하지 못했다.

프로 팀끼리 경쟁하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는 지난해 후원사를 찾지 못해 종료됐다. 블리자드는 올해 초 오버워치 리그에 참여할 한국 팀 소유주를 찾았지만 등록비 등 후원 규모에 부담을 느낀 국내 기업이 난색을 표했다.

결국 오버워치 서울 팀은 미국 게임사 카밤 공동 창업주인 중국계 케빈 추 KSV 대표가 투자하며 소유권을 가졌다. KSV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추가로 자금을 유치하고 수백억원 규모 팀 투자를 할 계획이다.

자체 종목 발굴과 민관합동 e스포츠 산업화가 과제로 꼽힌다. 자체 종목의 경우 올 상반기 블루홀이 출시한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종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게임은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를 누린다. 이 열기를 e스포츠 관람으로 이어갈 추가 동력이 절실하다.

e스포츠 산업화는 게임사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넥슨은 넥슨 아레나 등 전용 경기장을 확보해 e스포츠대회에 적극 활용 중이다. 넷마블게임즈는 '펜타스톰' 등 모바일게임 e스포츠화에 공을 들인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2016년부터 상암 전용 경기장을 중심으로 지역 e스포츠 거점 구축을 위해 '공인 e스포츠 PC클럽 지정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와 공동으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종목 채택을 비롯해 올림픽 종목 채택 등 e스포츠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국제e스포츠연맹과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