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와 페이스북, 망 이용대가 협상 진척···요율 산정은 '진통'

ISP와 페이스북, 망 이용대가 협상 진척···요율 산정은 '진통'

1년여간 지속된 페이스북과 통신사업자간 망 이용 대가 협상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망 이용 대가 협상에서 “후속 협의에 공감하고, 일정을 조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에 가격과 조건 등 망 이용대가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후속 협의에서는 페이스북이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의 방한 직후 이어진 협상으로 망 이용 대가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지 주목된다. 양측의 협상 결과는 KT와 LG유플러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은 지난 해 접속 경로 변경으로 망 이용대가 지불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여 왔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는 페이스북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상응하는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페이스북이 일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했지만, 국내 콘텐츠 기업보다 현저하게 적다며 형평성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망 이용 대가 현실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망 이용 대가 협상 이후 ISP에 국내 콘텐츠 기업 대비 10분의 1가량만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페이스북과 망 이용 대가 합의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8월 페이스북과 망 이용 계약이 만료되는 KT도 새로운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LG유플러스 역시 글로벌 CP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을 기회지만 가격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 모두 SK브로드밴드 협상을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ISP는 페이스북에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의 형평성 등을 거론하며 합리적 가격이 아니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은 국내에 글로벌 CP 대상의 망 이용 대가 부과 기준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 이용 대가를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계 주요 국가가 페이스북의 망 이용 대가 협상에 주목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같은 논란은 국내 ISP의 '인터넷 전용 회선 이용 약관'을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페이스북을 비롯해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준수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최악에는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와 국회 움직임도 변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참고해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를 추진한다. 5월에 시행되는 EU GDPR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EU 회원국에서 사업할 때 역내 개인 정보 보호 대리인을 지정하는 게 핵심이다.

국내에도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대리인이 지정되면 조사와 제재 등 규제 근거가 될 수 있다. 대리인 책임 한계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