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올해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작됐다. 보급 대상 차종은 모두 8종이다. 전기차를 구매하면 환경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대략 1600만원에서 1800만원까지 지원 받고 전용 충전기와 설치 보조금도 150만원에서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1만대 가량 줄어든 2만대로 책정된 데다 선착순 보급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올 하반기에 최대 7종의 신규 전기차 모델이 나올 예정이라, 예비 전기차 구매자들의 보조금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본지가 민간 보급 대상 전기차 모델의 성능을 비교, 분석했다.
◇'주행거리'만 따졌다가는 낭패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요금은 1㎾h당 전기사용량이 많고 적을 때에 따라 최소 34.56원에서 많게는 337원까지 차이 난다. 일반 내연기관차 주유비와 따지면 평균 10~20%수준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충전요금은 2020년부터 최소 두 배 인상된다. 정부가 2019년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기요금 50% 감면에 매달 기본요금(수전용량 7㎾ 기준) 1만5000원도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부턴 충전요금이 정상화되고, 정부가 원자력발전소까지 줄이기로 하면서 전기요금은 점차 높아질 공산이 크다.
국내 출시된 배터리 전기차(BEV) 8종을 전비(전력 1㎾h당 주행거리)를 분석한 결과 상온(20∼30℃)에서는 BMW 2017년형 'i3'가 7㎞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17년형 i3의 1회 충전에 따른 공인 주행거리가 132㎞로 크게 짧다. 두 번째로는 191㎞를 달리는 현대차 2017년형 '아이오닉EV'가 6.8㎞, 383㎞를 달리는 GM '볼트(Bolt)'가 6.3㎞로 나타났다. 반면 테슬라 모델S(75D)가 4.1㎞로 전비가 가장 낮았다. 다른 전기차 보다 두배 가량 많은 배터리를 장착한 탓에 차 중량이 2톤은 넘어서면서 전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1㎾h로 i3는 7㎞를 달리지만, 모델S는 약 4㎞가 한계인 셈이다.
반면 난방을 틀어야하는 겨울철 저온(-7℃) 환경에선 상온과 달리 아이오닉EV가 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아차 '쏘울EV'가 5.1㎞로 두 번째로 높았고. 볼트(Bolt)가 4.4㎞로 다음을 차지했다. 테슬라 모델S(75D)는 3.2㎞로 상온에 이어 저온에서도 가장 낮았다.
박철완 전기차 전문가는 “전기차 주행 성능은 계절, 온도에 따라 다르며, 특히 저온으로 갈수록 확연하게 줄어든다”면서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에서는 상온뿐 아니라 저온에서의 전비도 중요한 체크사항이다”고 말했다.
◇최대 500만원 차이…보조금, 꼼꼼히 따져야
올해 전기차 국가 보조금은 차량 성능 등에 따라 최소 706만원에서 최대 1200만원을 차등 지급된다. 지난해까진 차종에 관계없이 정액(1400만원) 지원했지만, 올해부턴 배터리 용량, 주행거리 등에 따른 새 보조금 산출 방식이 적용됐다.
정부 보조금이 가장 적은 기아차 '레이EV'는 오래된 구형모델에다, 주행성능이 비교적 떨어져 선호도가 낮다. 이외 정부 보조금은 807만원(2017년형 i3)에서 1200만원(Bolt·모델S)을 제외하고, 주력 4개 모델이 1000만원 초반에 분포됐다. 2018년형 쏘울EV는 이전 모델에 비해 용량을 늘린 새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보조금 1044만원을 받아 지자체 보조금을 제외한 가격이 3236만원이다. 정부 보조금 전액(1200만원)을 받는 볼트(Bolt)와 비교해 약 1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주행거리가 쏘울EV보다 볼트가 두 배 이상 더 달린다는 점에서 두 모델의 구매력은 상반된다.
또 정부는 전기택시에 보조금을 전액(1200만원) 지원한다. 르노삼성 SM3 Z.E.는 일반 구매 시 1017만원을 받지만, 택시로 구매하면 1200만원을 지원받기 때문에 전기택시용 아이오닉EV과 5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번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는 SM3 Z.E.와 아이오닉EV 각각 212㎞, 191㎞다.
정부 보조금 이외 지자체 별로 44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의 추가 보조금이 지원된다. 배정 물량이 많은 제주(3661대), 서울(2491대), 대구(2351대) 등은 500만~600만원을 지원한다.
한편, 상반기 정부·지자체 보조금 확보에 따라 연내 출시되는 최대 7종 신규 전기차 모델의 구매가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정된 예산에 따라 3분기까지 보조금 예산이 남아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차 '코나EV'는 오는 5월, 기아차 '니로EV'는 7월 각각 출시 예정이고, 재규어 'I-페이스'도 9월 한국 출시된다. 닛산 2세대 '리프(Leaf)'와 르노 '조에(ZOE)', '캉구 밴 Z.E.' 테슬라 '모델X' 등도 한국 출시를 확정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세우지 않은 상태다.
코나EV와 니로EV는 국내 첫 스포츠유틀리티차량(SUV)으로 항속형, 경제형 두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4300만원에서 4800만원에 책정될 전망이다.
(판매가·보조금 단위 만원)
<【표】2018년도 전기차 민간 보급 등록 차량 현황, 자료=환경부 (판매가·보조금 단위 만원)>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