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불법 지원금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물론 대리점과 판매점 대상으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위반 행위 사실 조사에 착수했다.
이통사가 특정 접점(온라인 특별마케팅 유통점)에 번호 이동과 기기 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가입자 차별을 지시(온라인 약식 판매 행위)하는 등 단통법을 위반한 혐의다.
사실 조사 이후 제재 조치가 부과되면 불법 지원금이 사라질까. 이전 사례를 감안하면 불법 지원금이 사라질 가능성은 제로다. 그동안 불법 지원금에 대한 규제 기관 제재 이후 주춤하다가 재차 횡행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이통사, 유통점 간 불법 지원금을 둘러싼 숨바꼭질이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옛 정보통신부를 시작으로 옛 방통위, 옛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현 방통위까지 불법 지원금을 없애려고 부단히 애썼다.
수백억원대 과징금 부과는 물론 영업정지, 형사고발 등 다양한 제재를 부과했다. 때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때로는 기존 법률을 개정하기도 했다. 지원금 자체는 합법으로 인정하되 지역과 가입 유형에 따르는 차별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률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법 지원금은 지속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통사가 불법 지원금을 지급하는 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게 분명하다.
불법 지원금을 투입해서 가입자를 추가하면 수익원이 되지만 반대로 경쟁사에 가입자를 뺏기면 훨씬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통사가 불법 지원금 지급 유혹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지원금 지급과 정부 제재가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것이다. 불법 행위를 방치해선 안 된다. 그러나 20년 동안 반복한, 실효성도 낮은 제재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불법 지원금이 끊이지 않는 건 이통사 이기주의뿐만 아니라 정부의 미진한 진단과 미숙한 분석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질병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으면 어떤 처방도 소용없는 것처럼 근본 원인을 파악해서 제거하지 않으면 문제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기왕에 불거진 불법 지원금 행위에 대한 제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차제에 불법 지원금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 파악에 천착해 보는 건 어떨까.
불법 지원금 출처로 의심받는 판매 장려금은 물론 휴대폰 출고가 부풀리기와 공급가 부풀리기 등 휴대폰 유통 구조부터 시간을 충분히 두고 면밀하게 파악해 보라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원금 자체는 악이 아니다. 이통사 입장에선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이다. 소비자에겐 고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궁극으로 불법 지원금을 근절하고, 휴대폰 유통 시장과 산업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고,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 기득권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이통사·대리점·판매점·제조사·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토론하고, 경우에 따라 설득도 필요하다. 사회 합의가 필요하면 공론화하면 된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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