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빨라지는 AI 전용 칩 속도 경쟁

인공지능(AI) 대표 선두 주자 구글의 알파고에는 AI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구글의 AI 전용 칩이 숨어 있었다. AI, 딥러닝의 높은 성능을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클라우드와 빠른 통신만큼 AI 전용 칩을 기반으로 하는 빠른 처리도 필요하다.

[ET단상]빨라지는 AI 전용 칩 속도 경쟁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AI 처리 속도 경쟁이 뜨겁다. 애플, 퀄컴, 화웨이 등은 AI 처리 속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AI 칩은 이미 지난해 가을 애플과 화웨이에 의해 상용화된 바 있다. 세계 최초 AI칩 탑재 스마트폰의 영광은 애플에 갔지만 화웨이의 부상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과학원에서 분사한 캠브리콘 AI칩을 스마트폰에서 상용화한 화웨이는 관련 SW 플랫폼과 다양한 응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화웨이는 2017년 하반기에 출시한 스마트폰을 비교할 때 화웨이 스마트폰이 애플의 최신 폰에 비해 AI 처리 속도가 각각 16.6배, 1.5배 빠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퀄컴은 AI 가속 기능이 탑재된 '스냅드래곤845'를 발표했다. 퀄컴은 AI칩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디지털신호처리(DSP) 등 관련 기술을 조합해서 AI 처리 속도를 높였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8)에서 화웨이는 다시 AI 처리 속도를 높인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화웨이 발표에 따르면 새 프로세서 '기린980'은 애플의 A11보다 4배, 퀄컴 스냅드래곤845보다 2배의 처리 속도를 지니게 된다.

화웨이 발표 후 열흘 정도 뒤에 열린 애플 언팩 행사에서 애플은 최신 AI칩을 적용한 A12를 공개했다. 지난해 발표한 A11보다 무려 9배나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보다 앞서 발표한 화웨이와는 직접 비교가 없었지만 애플의 A12는 화웨이의 기린980보다 2배 이상의 AI 처리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도 2018년 말 발표 예정인 스냅드래곤855에서 AI칩 탑재를 시사했다. 스마트폰 AI칩 경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퀄컴은 이와 함께 생체 인식, 카메라 등 AI칩의 다양한 응용 분야도 함께 제시하면서 앞으로 AI칩 경쟁이 크게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도 지난 1월 보고서에서 AI 하드웨어(HW)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2017년 10%에서 2022년 80%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치열하게 AI HW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업체 대응은 크게 늦어 있다. 애플·화웨이의 AI칩 탑재 스마트폰 상용화와 구글·바이두 등의 AI칩 발표에 비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상용화는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주요 기업의 AI 투자가 늦었다는 반증이다. AI칩이 앞으로 스마트폰, 스마트카, 스마트시티에서 가져 올 다양한 응용 분야를 생각하면 이제라도 AI 전용 칩과 관련 응용 SW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화웨이는 AI칩 개발에 중국 정부의 큰 투자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AI HW와 AI칩 개발을 위한 국가 과제에 대한 제안이 진행되고 있지만 예산타당성조사(예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과제 시작이 빨라야 내년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분 1초가 아까운 속도 경쟁에서 허비되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유엑스팩토리' '디퍼아이' 등 우리나라의 AI칩 전문 스타트업들이 자생력을 발휘해 성장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주요 사업에서 중국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AI 응용 분야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AI칩의 최종 상용화를 위해서는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AI칩 업체에 대한 국가 지원도 중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