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학기술을 사랑하게 하는 과학관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3개 국가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국력에 비해 많이 낮아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과학기술인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효율성(43위)이나 정부효율성(29위)에 비해 과학인프라(7위), 기술인프라(14위) 분야 경쟁력은 꽤 높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1997년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미국 월간지 라이프는 '지난 1000년간 20대 사건과 100대 인물'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 관련 12개 사건과 과학기술자 30명이 포함돼 지난 1000년 동안 과학기술이 인류문명 발전의 핵심 요소였음을 보여 줬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경쟁력 수준에 있다는 것은 당분간 발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식 과학기술 진흥이 시작된 것은 약 60년 전이다. 1959년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인 원자력원과 국립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1960년대부터 시작한 경제 개발에서 과학기술 진흥을 필수 과제의 하나로 추진했다. 지난 60년 동안 과학기술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삶의 질을 눈부시게 향상시키는 초석으로 작용했다.

2016년부터 우리나라 모든 정책과 사업 추진에서 기본 상수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도 쉬운 말로 표현하면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발전과 융합 활용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기회의 창이 되고 있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 투자와 우수한 인재의 과학기술계 진출이다. 이 두 가지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 관심과 이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년마다 시행하는 과학기술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 관심도는 2010년 성인 49.9점 및 청소년 53점에서 2016년 37.6점과 45.6점으로 각각 하락해 과학기술의 미래, 곧 우리나라의 미래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여기에 바로 과학관의 역할이 있다. 과학관은 과학기술의 과거·현재·미래를 흥미로운 전시와 교육, 각종 행사를 통해 보여 줌으로써 국민들이 과학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아 과학기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과학기술계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해 주는 곳이다. 건전한 여가문화 시설로 부모가 자녀와 함께 즐겨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과학관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는 1991년 과학관육성법을 제정하고 2003년부터는 5년마다 과학관육성기본계획을 수립·시행, 과학관을 육성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과학관 수는 2003년 약 50개에서 현재 약 150개로 3배 증가했다. 특히 국립과학관은 정부 수립 이후 국립중앙과학관 1개뿐이었지만 2008년 국립과천과학관, 2013년 국립광주과학관과 국립대구과학관, 2015년 국립부산과학관이 차례로 개관하는 등 전국 권역별 국립과학관 체제를 갖추고 과학기술 대중화와 과학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또 과학문화 산업을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10월 '과학문화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의 일환으로 지난해 서울에 국립어린이과학관을 개관한 데 이어 내년에는 대전, 광주, 대구, 부산에도 국립어린이과학관을 건립(2020년 개관 목표)하기로 했다. 사실 과학관의 주 고객이 어린이이고, 우리 미래가 어린이라는 점에서 전국 권역별로 국립어린이과학관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과학기술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선제 투자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24일로 개관 5주년을 맞는 국립대구과학관은 국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과학관을 찾아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과학기술이 국가 위상과 경제 성장은 물론 삶의 질 향상과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요소임을 깨닫고 과학기술이 가져올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해 과학기술과 사랑에 빠지는 묘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 jkim1127@daum.net

국립대구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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