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한국 브랜드 세탁기 평가에 대한 현지 평가는 여전히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평가기관인 컨슈머리포트의 드럼세탁기 최신 평가에서 상위 8개 제품을 LG전자 세탁기가 독식했다. 컨슈머리포트는 시중에 판매되는 가전제품을 수시 평가해 종합점수를 책정한다. 전반적인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한 결과다.
지난 22일 기준 평가에서는 총점 86점을 기록한 LG전자 WM3500CW와 WM9000HVA가 평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WM3500CW는 700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도 예측 신뢰성, 소유자 만족도, 세탁성능, 에너지 효율성, 물 효율성에서 최고 등급인 훌륭함(Excellent) 평가를 받았다. 진동과 소음에서는 훌륭함보다 한 단계 떨어진 아주 좋음(Very Good)을, 정숙성에서는 좋음(Good) 평가를 받았다. 최고 평가를 받은 제품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성능 간 균형을 잘 맞춘 덕분에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1300달러로 책정된 WM9000HVA는 아주 좋음 평가를 받은 정숙성과 소음을 제외하고 전 부분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뒤를 이어 LG전자의 6개 제품이 각각 85점과 84점을 받으면서 상위권 명단을 독차지했다. WM5000HVA, 시그니처 WM9500HKA, WM3700HWA, WM4370HWA는 종합점수 85점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인 시그니처 WM9500HKA는 진동(아주 좋음) 외 모든 항목에서 최고 평가를 획득했다. 84점을 받은 제품은 LG전자 WM3997HWA, WM3770HWA 두 개뿐이었다.
LG전자 세탁기가 상위권을 독차지한 상황에서 미국의 메이텍(Maytag)과 켄모어(Kenmore) 제품이 83점으로 뒤를 이었다. 다.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핸디캡을 안고 있다. 한국에서 들어오는 세탁기 물량이 세이프가드로 사실상 제한되면서 인건비가 비싼 현지에 공장을 신설하고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둔화한 상황에서도 기술력과 상품성을 기반으로 호성적을 올린 셈이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완전자동세탁기(수출 품목 HSK 845011)는 1600만 달러, 세탁기(HSK 845020)는 1억4000만 달러, 세탁기 부분품(HSK 845090)은 2200만 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완전자동세탁기와 세탁기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63.4%, 46.8% 감소했고, 세탁기 부분품만 68.1% 증가했다.
이는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세탁기 완제품 물량은 대폭 감소했고, 대신 현지 공장에서 조립하기 위한 부분품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