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한달 시간 벌었지만 1.7兆 갚을 길 '막막'…“지분·자회사 매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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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 기한을 한 달가량 임시 연장받았지만 위기를 벗어날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회사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갚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항공기 (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50-900 항공기 (제공=아시아나항공)>

7일 업계 및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김이배 전략기획본부장(전무), 김호균 재무담당 상무는 최근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역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권을 포기했다.

지난 4일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달 6일 만료되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시한을 한 달가량 유예해줬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649%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새 회계기준(IFRS16)에 따라 운용리스가 부채로 계상되면 부채비율은 1000%에 육박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광화문 본사 사옥, CJ대한통운 주식 매각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 1조원가량 차입금을 상환했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차입금은 여전히 3조4400억원가량이다. 이 중 연내 상환해야 하는 빚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9801억원, 2021년 8821억원 재무부담이 예정돼 있고, 2022년 이후에는 2조5087억원 재무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산은 측은 이번 재무구조 개선 MOU 시한을 연장해주면서 박 전 회장에게 구체적인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박 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거나, 계열사 매각, 지분 포기 등을 통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지분은 그래도 가진 채 경영권만 내놓은 상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를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상장사인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44.17%에 달해, 첫 번째 매각 후보로 꼽힌다. 또 다른 자회사인 에어서울이나 아시아나IDT 매각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지분 가치가 각각 1000억원 규모에 불과하고, 에어서울의 경우 현금화가 어려워 큰 해법이 되기는 힘들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사실상 '그룹 해체'를 의미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을 팔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국내 채권단이 박 회장 측이 보유 중인 금호고속 지분(51.1%)을 추가로 담보제공할 것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추가 담보물로 제공할 수 있는 금호고속 지분 시장가치(약 3300억원)가 채무금액(금융권 차입금 약 4200억원)보다 낮아 효용성이 떨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 6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개발 등 대부분 계열사의 최대 주주다. 때문에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할 경우, '박 전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 재건은 커녕, 그룹 중심에 있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모두 잃게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MOU 시한 연장은 금융위, 산은 등이 박 전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벌어준 것과 같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올 경우 SK, 롯데, AK 등에서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