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독립, 이 기업을 주목하라] <5> 광학계 국산화 '필옵틱스'

'광학계'는 빛을 사용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다. 다양한 렌즈를 배치해 빛을 효과적으로 모아 원하는 용도로 사용하려면 렌즈의 굴절률, 렌즈 간 간격, 렌즈 특수 코팅 등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각 요소에 따라 빛을 모으고 굴절시키는 각도가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고도의 아날로그 기술 노하우가 고도로 집적돼 전통적으로 일본, 독일, 미국이 시장을 장악했다.

플렉서블 OLED 레이저 응용장비 전문 제조업체인 필옵틱스가 OLED 제조용 라인빔 광학시스템 국산화에 성공, 국내외 고객사 양산 라인에 공급하고 있다. 주말 경기도 수원시 필옵틱스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레이저리프트오프(LLO)장비로 샘플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플렉서블 OLED 레이저 응용장비 전문 제조업체인 필옵틱스가 OLED 제조용 라인빔 광학시스템 국산화에 성공, 국내외 고객사 양산 라인에 공급하고 있다. 주말 경기도 수원시 필옵틱스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레이저리프트오프(LLO)장비로 샘플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광학계가 핵심 역할을 하는 장비로는 중소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전공정 중 하나인 '레이저리프트오프(LLO)'가 있다. 한국이 플렉시블 OLED 세계 시장을 약 95% 점유했고 LLO 장비는 한국 기업이 대부분 공급해 국산화를 이뤘다. 하지만 핵심 부품인 광학계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장비기업 필옵틱스(대표 한기수)는 플렉시블 OLED 양산 라인에 자체 개발한 국산 광학계를 탑재한 LLO 장비를 양산 라인에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필옵틱스가 처음으로 광학계를 국산화한 분야는 노광기다. 이 회사는 노광기 국산화를 목표로 2008년 창업했다. 대표적으로 기술 난도가 높은 증착기도 국산이 등장했지만 노광기는 국산이 전무했다.

한기수 대표와 임직원이 힘을 합쳐 창업 전 십수년간 장비 광학계 설계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광기를 국산화했다. 그 결과 인쇄회로기판(PCB)과 터치센서패널(TSP) 공정용 노광기를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기존 노광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다이렉트이미징(DI) 노광기가 확산되면서 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DI 노광은 별도 포토마스크 없이 기판에 피노광층을 바로 형성하는 방식이다. 시장 대부분을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다.

필옵틱스는 국내 처음으로 UV LED 광원을 적용한 다이렉트이미징(DI) 노광기를 개발했다. 기존 수은램프 대신 UV LED 광원을 사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고 광원 교체 주기를 연장시켜 유지보수가 용이하도록 구성했다.

현재 PCB 양산 라인에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연성회로기판(FPCB) 시장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PCB뿐만 아니라 반도체 웨이퍼에도 적용하기 위해 해외 고객사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필옵틱스가 국산화한 광학계가 톡톡히 빛을 본 분야는 플렉시블 OLED용 LLO 장비다.

회사는 LLO 장비에 국산 광학계를 탑재하기 위해 약 2년간 연구개발과 고객사 성능시험을 거쳤다. 그동안 축적한 광학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빠르게 국산화에 성공했다.

레이저 라인 빔 광학계는 제작·설계 모두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분야다. 상당한 고가이고 정기적으로 고가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등 도입·유지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필옵틱스는 기존 고출력 레이저 가공기술과 렌즈설계 기술을 활용해 레이저 라인 빔 광학계를 설계했다. 그 결과 국내 처음으로 LLO 장비에 자체 개발한 광학계 설계를 적용해 수입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6세대 플렉시블 OLED 설비에 투자할 때 필옵틱스가 상당한 물량을 납품했다.

류상길 필옵틱스 중앙연구소장 상무는 “외산 라인 빔 광학시스템은 해당 공급사가 아니면 고객사도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할 정도로 접근을 철저히 통제할 정도였다”며 “라인 빔 광학계를 국산화하면서 고객사는 도입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낮추면서 적기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중국 등에 본격적으로 OLED 레이저 공정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레이저를 이용한 전기차용 이차전지 극판 가공장비 등으로 새로운 시장 판로도 개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옵틱스는 광학계 기술을 파인메탈마스크(FMM) 분야로 확대했다.

회사는 자회사 필머티리얼즈와 함께 전주도금방식으로 FMM 원판을 제작하는 기술, 원판에 미세한 구멍을 형성하기 위해 전주도금과 레이저를 각각 이용하는 패터닝 기술을 갖췄다. 그 결과 핵심인 1ppm 이하 열팽창계수 제어기술을 확보했다.

한기수 대표는 “필옵틱스는 세계 최초,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며 “국산화에 성공한 LLO 광학계, 고해상도 마스크 제작용 광학계, DI 노광기, OLED 레이저 커팅장비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아이템 국산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