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출사표를 낸 정치 신인들이 늦어지는 선거구 획정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등 여파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각 정당들은 4·15 총선 캐치프라이즈로 앞 다퉈 '청년정치'·'국회 세대교체'를 외치고 있지만, 21대 국회에서도 정치 신인들을 위한 입지는 쉽게 마련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당별로 공천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불출마 할 것으로 예상되던 의원들이 경선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선·중진의원들이 자리를 비켜주고 젊은 인재들이 총선에 나서는 그림을 그렸던 당 계획과는 달리 대부분 현역의원들 사이에 경선 마지막까지 해볼만하다는 기조가 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에서 20%의 패널티를 부여하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를 비공개로 전달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이의신청도 하지 않고 아직까지 불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하위 20% 명단을 통해 이들의 자진 불출마를 기대했지만,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당내 및 지역 인지도라는 현역의원 이점으로 충분히 마지막 경선까지 치러볼만 하다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이 들어간 지역구에 10~20% 가산점을 받는 정치 신인을 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하위 20% 의원들의 경선 준비는 최근 판세가 현역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임시국회가 늦어지면서 총선을 60여일 앞둔 지금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구수 변화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필요한 곳에서는 정치 신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2월 임시국회는 지난 11일에서야 겨우 일정 협의가 이뤄져 17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선거구 획정은 다음달 5일에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사실상 선거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도 변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현재 각 정당은 여야 할 것 없이 실외 대면접촉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있다. 일부 정치 신인들은 전화와 SNS 등 비대면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을 알리지만, 한계가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 정치 신인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야당쪽은 통합 이슈까지 겹치면서 정치 신인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당 통합 이후 공천 시스템 변화 가능성도 있어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당 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출범한 미래한국당에 불출마의원이 배치되는 것도 정치 신인들에겐 불확실성 요인이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한국당 관계자는 “정치 신인 중에는 이미 사회적 위치와 인지도를 갖춘 분들도 많다”며 “같은 정치 신인이더라도 청년들의 경우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 얼굴을 알리기도 힘든 상황이라 불리함을 느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청년 정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 차원의 기조는 있지만 결국 현역의원이 청년 정치인을 이끌어주기 보다는 본인 출마에 집중하는 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지금 청년 정치인들에게 생각보다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당 차원에선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하위 현역의원들에 감점을 주지만 경선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