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성 개정산업단지에 위치한 티씨케이(TCK). 회사 정문에 들어서자 지난해 건설 중이던 신공장이 어느덧 완공돼 한창 가동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지만 반도체는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및 여가 등 비대면 활동 증가 등의 영향으로 다행히 숨통이 트여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을 만드는 티씨케이 역시 분주한 모습이었다.
◇반도체 식각 핵심 부품 'SiC 포커스 링'
티씨케이는 반도체 에칭(Etching) 공정에 사용되는 실리콘카바이드(SiC) 포커스 링을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다.
반도체 제조 과정 중 불필요한 회로를 깎는 에칭은 장비 속 챔버 안에서 플라즈마 가스를 웨이퍼 위로 분사시켜 표면을 식각한다. 이때 웨이퍼를 붙잡아두는 역할을 포커스 링이 한다. 웨이퍼를 고정 못 하면 흔들리거나 깨져 반도체에 손상이 생긴다.
포커스 링은 과거 실리콘(Si), 쿼츠(Quartz) 소재가 활용됐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공정이 진화하고 적층화가 가속화되면서 내플라즈마성이 우수한 SiC 링의 중요성이 커졌고, 수명도 실리콘 및 쿼츠 링보다 길어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티씨케이는 SiC 포커스 링 시장 1위 기업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로 추정된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눈에 띄는 실적을 거뒀다. 작년 4분기 대비 22%,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매출 513억원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25%, 10% 늘어난 18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을 달성했다.
◇꾸준한 기술 투자 결실…최근 부당 경쟁 시도 늘어
티씨케이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고객 대응에 있다. 회사는 SiC 포커스 링 개발로 2015년 대한민국기술대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 또 국내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에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체 매출 절반이 수출(48%)에서 발생할 정도다.
시장을 선도해서일까, 최근 견제가 부쩍 늘고 있다. 영업비밀, 특허 침해 등 부정 경쟁 시도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회사는 지난해 퇴직직원 2명, 외주업체 직원 1명과 페로텍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코리아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담은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페로텍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코리아 본사인 일본 페로텍홀딩스는 한국 사법부의 독립성을 운운하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회사는 또 최근 특허 침해 의심 사례가 발견돼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추가 사례에 대한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박영순 티씨케이 대표는 “수년간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침해돼 기술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이며 향후에도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는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성장, 에너지·환경 신소재도 신규 추진
티씨케이는 신공장 가동으로 올해 성장을 본격 도모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 전환, 비대면 서비스 확대, 전기차 보급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시장은 지속 성장이 예상돼서다.
박영순 대표는 “5G 통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흔들림 없이 추진될 전망”이라며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따른 서버 및 데이터센터 수요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성장에 SiC 링의 수요도 증가가 예상돼 회사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또 지속 성장을 위해 기존 반도체 산업 분야와 더불어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파워디바이스용 SiC 단결정소재 및 이차전지용 탄소소재 개발 등 에너지·환경 분야 신소재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안성=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