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가 전담해 온 전기차용 배터리팩 공급을 다른 협력사로 확대한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현대모비스만으로 감당할 수 없고, 전동화 시대에 맞춰 기존 내연기관 부품 협력사들의 체질 변화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등 전동화 시대 전환에 따른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부품산업 생태계 변화가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최근 1차 협력사 대상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제작·생산 업체로 세방전지를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현대모비스·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인 HL그린파워가 생산한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모듈과 팩을 현대모비스를 통해서만 공급 받았다. 전기차 부품 가운데 가격 비중이 가장 큰 배터리팩 납품 사업을 협력사에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동화 전환에 맞춰 협력사들과 함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상생 전략이 담겼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2차 배터리팩 외주 업체를 추가 선정할 방침이다. 엔진온도제어장치 등 내연기관 부품 업체인 인지컨트롤스, 자동변속기 부품 업체인 삼보모터스 등 복수의 업체가 2차 업체 선정 후보군으로 알려졌다. 세방전지를 포함한 배터리팩 외주업체가 납품할 물량은 올해 수만대에서 시작해 내년부터는 수십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배터리팩 납품업체로 처음 선정된 세방전지의 기존 핵심 사업은 '로케트(ROCKET)'라는 브랜드의 시동용 납축전지였다. 앞으로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기반으로 모듈과 팩을 포함한 대용량의 구동용 배터리 시스템을 제작, 생산하게 된다.
이미 세방전지 자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는 이달 초 광주 평동산단에 1150억원의 예산을 투입, 3만㎡ 규모의 배터리 모듈·팩 생산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협력사 관계자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모듈·팩의 납품 협력사 선정은 부품처 다변화 전략도 있지만 기존 협력사의 전기차 시대 변화를 유도하는 의미가 더 크다”면서 “당장은 1차 협력사에 해당되지만 관련 부품 등을 포함, 다양한 2·3차 협력사 등 부품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부품 전환 유도를 위해 일거리 창출과 함께 금융지원 등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전동화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 부품 협력사 등 생태계 전반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기업의 미래차 산업 성공 진입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생존 차원이 아니라 국내 미래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라면서 “최근 정부, 금융계와 맺은 미래차 투자펀드 역시 내연기관 부품사들이 전동화, 자율주행차 부품 산업을 준비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12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연간 56만대를 판매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아도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을 출시, 파생 전기차 4종과 함께 총 11개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