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예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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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뻗는 연속 동작이 하나의 조각물로 만들어졌다. 작가가 임의로 상상한 동작이 아니라 실제 동작을 스캐닝했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가 없다. 뒤틀린 레고 블록이 아귀가 딱딱 맞춰져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3D프린팅 기술로 만들어내는 예술 작품은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사비나미술관은 15일부터 7월 6일까지 ‘3D 프린팅&아트:예술가의 새로운 창작도구’전을 연다. 국내외 21명의 작가들이 조각, 영상, 설치, 회화 등 복합장르 작품 50여점을 전시한다.

3D프린터는 형태 제작의 한계를 무너뜨리며 예술 작품의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 류호열의 ‘파이트’는 신체 움직임을 축적해 조각물로 만든 작품이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연속 동작을 입체물로 구현했다. 기하학적 구조물을 작업해온 요아킴 바인홀트는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복잡한 형태 구조물을 3D프린터로 만들었다. 과거 3D 모델링 프로그램 상에서 가능했던 디자인을 현실 공간에 직접 옮겼다. 2차원에 갇혀 있던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3차원으로 자유롭게 발현되는 셈이다.

전시에 참여한 권혜원 작가는 “기존에는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상상이 가능했다”며 “3D프린터 활용으로 이제는 마음대로 상상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에서 디지털 기술이 더 큰 상상의 장을 열어준 것처럼 3D프린팅 기술도 예술적 지평을 넓혀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작가들은 복제와 복원 기능에도 주목했다. 노세환은 사과·바나나 같은 일상의 정물을 실사이즈 입체물로 출력한 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했다. 기존 사물을 입체 형태로 복제해 예술 작품에 활용했다.

복제 예술 지평도 넓어졌다. 지금까지 복제 예술은 사진과 회화 등 2차원 작품에 한정됐다.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작품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3차원에서도 복제 예술이 가능해진 셈이다.

당장 예술 창작 도구로 활용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직 스캐닝·디자인한 도면을 그대로 출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품 느낌에 맞춰 다듬어주는 후반 작업이 필요하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애로도 일일이 전문가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해야 한다.

3D프린터 소재 확대도 과제다. 조각 작품에서는 소재의 느낌과 질감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류호열 작가는 “현재 기술로는 당장 원하는 만큼의 질을 얻어내기 어렵다”며 “마감에서 줄 수 있는 세세한 느낌 같은 것들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