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고학력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과 대책

미취업자 300만명 시대가 됐다.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학력 인구를 포함해 미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약 3.2%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고경력 전문가 퇴직인력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사이언스온고지신]고학력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과 대책

퇴직인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 분야별 기술개발의 연속성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방 이후 1960년대 초까지 태어난 베이비부머에 해당되는 인력들이 대거 은퇴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것도 걱정을 더한다.

우리나라 이공계에 해당하는 과학기술분야 고학력 은퇴인구의 예를 보자. 필자가 속한 원자력분야도 마찬가지로 은퇴하는 고학력과학기술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 원자력이 도입된 것은 1955년 한미원자력협정이 가조인되면서부터다. 국제적으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UN기구로 발족된 것이 같은 해다. 이듬해인 1956년 정부(교육부) 소속의 원자력과가 처음 설치됐고 1959년에는 원자력원이 개원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한국의 원자력 역사는 약 60년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원자력의 기술 자립 및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관련 인력이 많이 배양되고 충원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여섯 번째로 원자력 자립국이 됐고, 2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며 총 전력의 30% 이상을 원자력에서 공급받고 있다. UAE에 4기의 원전과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최초로 수출하기도 했다. 향후 원전수출은 조선, 자동차, 반도체 및 IT 수출과 함께 한국의 주력 수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 연구개발과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언제나 모자란다. 문제는 기관별로 차이는 나지만 60세 전후 인력의 퇴직 진행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종사자의 1%에 해당하는 500여명이 매년 직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의 경력과 지식을 가진 고경력 과학기술자가 일의 추진과 건강상 어려움이 없는데도 규정에 따라 예외 없이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한 명의 고경력 과학기술자를 배양하려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데 기술인력이 부족한 처지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력의 퇴직은 전체적으로 큰 손실이다.

기술의 절차 등 노하우(know-how)를 확실히 알며, 설계서의 계산방법을 알 수 있는 원천기술의 노-와이(know-why)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의 퇴직이 자칫 어렵게 자립한 기술을 제대로 후대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물론 대안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몇 년 전부터 퇴직과학기술자 250여명을 기계, 화학, IT, 에너지, 환경, 정책 등 전공 분야별 퇴직인력을 선발해 최신 정보를 분석해 학계 및 중소기업 등 산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체 멘토역할도 한다.

퇴직 과학기술자들은 테크노 닥터 제도를 이용해 중소기업에 직접 재취업, 근무하며 애로기술 해결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국과학재단은 고학력 은퇴 과학기술자를 대학 전임교수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 측도 부담 없는 선에서 퇴직자에 예산을 보조한다.

또 다른 활용방안은 과학기술자의 지식기부다. 초중고를 찾아가 특강을 한다.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또 다른 방안은 지식을 활용해 전문분야별로 하나의 공동체, 즉 대덕과학기술사회적협동조합 등 공동출자를 통해 연합하는 것이다. 조합원이 모여 연구개발 프로젝트 같은 과제를 공동 수행할 수 있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시간을 두고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연구개발과제 선정은 정부에서 필요한 수요조사를 하고 이를 공지해 위촉된 평가자의 심사에 의해 정해진다.

무엇보다 고경력 과학기술자의 조합 참여는 고학력 비경제적인 인구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우수한 고경력 자원의 결과물이 사회에 피드백 돼 기술개발의 한 축이 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익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ikhlee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