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달 탐사! 왜 해야 하나"

[사이언스온고지신]"달 탐사! 왜 해야 하나"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1970년이 되기 전까지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기술수준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계획이었지만, 소련과 우주경쟁에 뒤지고 있던 미국은 모든 힘을 모아 아폴로 계획을 추진했다.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 선장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딛었다.

닐 암스트롱 말처럼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비약이었다. 아폴로 계획에는 200억달러 예산과 함께 세 명의 우주인이 희생되었지만 미국은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 주도국으로 부상했다.

이를 비판하는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아폴로 계획을 월석 380㎏을 얻기 위해 200억달러를 낭비한 사상최대 우주 쇼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그러나 앨빈 토플러 말처럼 우주로 도약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부의 창출이다. 아폴로 계획으로 미국이 진짜 얻은 것은 월석이 아니라 이를 가져오기 위해 개발된 최첨단 과학기술이다.

우리가 지금 가정에서 쓰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나 진공청소기도 사실은 아폴로 계획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다. 미사일 등 미국 최첨단 군사기술도 그 바탕에는 아폴로 기술이 깔려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은 절대 막연히 개발되지 않는다. 획기적인 기술은 언제나 현재의 한계를 넘어야하는 확실한 목표가 있을 때, 비로소 효율적으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통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했고, 또 이를 통해 경제·군사적으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이에 뒤질세라 세계 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모든 나라들이 다시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 일본, 인도도 이미 달 탐사선 발사에 성공하고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5년까지 달에 우리 우주선을 착륙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현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70% 이상이 달 탐사를 찬성하고 있다. 비록 작년에 계획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 달 탐사에 참여하는 많은 연구소와 대학 그리고 관련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고 자체 예산까지 투입해 이 사업을 준비해 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과도 구체적인 협력 계획을 마련 중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달 탐사를 꼭 해야 하느냐, 또 사업이 늦어진다고 큰 일이 있느냐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 때문에 올해도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달 탐사야 말로 우리나라 우주개발, 나아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큰 전기가 될 시급하고 중요한 핵심 국가연구개발 사업이다.

우리나라 과학계 큰 고민은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성해야 할 기술적 목표가 확실한 달 탐사사업이 추진될 경우, 이 사업에 필요한 첨단 신기술이 주어진 기간 내에 반드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앞으로 산업뿐 아니라 국방 분야에서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21세기 미래전쟁은 이미 육·해·공을 넘어 사이버공간 및 우주까지 포함된 5차원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달 탐사사업은 그 자체로 우리 군이 준비하고 있는 5차원 전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방기술은 언제나 현재의 한계를 넘는 최 첨단기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달 탐사로 개발될 우주선 도킹기술, 우주통신기술, 초정밀 우주선 유도기술 등은 첨단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달 탐사사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은 과학탐사를 우주개발 주 임무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가가 필요한 실용위성을 연구기관이 개발 납품하는데 우주개발 초점을 맞춰 왔다. 물론 이런 방식을 통해 단기간 내에 선진 우주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효율적으로 새로운 첨단우주기술을 개발하고 우주과학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 산업체도 우주기술을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우주개발 임무를 우주과학 탐사로 전환해야 한다. 연구소와 대학은 첨단우주기술 개발 및 우주과학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기업이 중심이 되어 우주기술을 산업화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지금 그 중심에 달 탐사사업이 있다.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 내년에는 달 탐사 사업이 반드시 착수될 수 있도록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백홍열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위원(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phy43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