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내 머리속의 지우개···알츠하이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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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인간에게 축복이란 말이 있다. 기쁜 일보다 슬프고, 화나는 일을 많이 겪는 현대인에게 안 좋은 일을 잊어버리는 것은 복일지 모른다. 훌훌 털고 새롭게 내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심각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해지는 알츠하이머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불행을 몰고 온다.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

영화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은 흔한 소재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주인공인 손예진은 건망증이 심하다. 편의점에 가면 산 물건과 지갑까지 놓고 나오기 일쑤다. 편의점에 콜라와 지갑을 놓고 온 것을 깨닫고 다시 편의점에 들어선 순간 정우성과 마주친다. 손예진은 정유성이 자신의 콜라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콜라를 뺏어 마신다. 건망증은 고맙게도 둘을 연인으로 발전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둘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손예진의 건망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그녀의 병은 알츠하이머였다. 그토록 사랑하던 정우성마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영화 끝까지 손예진은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지 못한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현실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 중 약 80%를 차지한다. 독일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기억력 장애로 사망한 51세 환자의 뇌를 부검하다가 뇌 표면에 하얀 단백질 덩어리가 뭉쳐 있는 것을 처음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흰 단백질은 신경 세포내에 있어야 하지만 세포 밖으로 배출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서 발생한 독성이 우리의 기억을 잃게 만든다. 사전에 발견한다면 약물 등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알츠하이머병도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크 노화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공동 연구진은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치매 진단을 받은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치료를 동시에 적용했다. 운동, 수면 습관 개선, 비타민 등 약물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치료를 동시에 적용하자 환자의 기억력이 급격하게 개선됐다. 11년간 치매를 앓아온 69세 남성이 6개월 만에 아내와 직장 동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부 환자는 인지기능 테스트 결과 기억력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이들은 모두 몇 달 안에 놀라울 정도로 기억력이 회복되고 일부는 2년 넘게 계속 기억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연구를 주도한 버크 노화연구소가 밝혔다. 연구진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입증한 효과적 치매 치료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제 곧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다시 기억을 되찾는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실에서도 한번 걸리면 결코 예전 기억력을 유지할 수 없다던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날이 머지 않은 셈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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