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뱀파이어도 식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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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렛미인(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2008)은 사람이 죽은 사실도 파묻힐 정도로 눈이 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그 눈만큼이나 새하얀 소년 `오스칼`의 옆집에 뱀파이어 소녀 `에일리`가 이사를 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이언스 인 미디어]뱀파이어도 식성이 있을까

에일리는 보호자 호칸이 사람을 죽여 얻은 피로 12살에 멈춘 삶을 연명한다. 에일리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된 오스칼에게 “한 번이라도 내가 되어 봐, 난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라며 이해를 구한다.

사실 사람도 가끔은 피를 마신다. 실제로 최근 영국에서는 사람의 피를 마셔야하는 한 여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선천성 빈혈과 햇빛 피부염 때문에 남자 친구의 피를 마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특수한 경우뿐 아니라 일반 사람도 피를 먹을 때가 있다. 선짓국의 선지는 소와 돼지의 혈액을 응고시킨 것이다.

다만 혈액을 섭취한다고 해서 혈액량이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혈액 단백질 역시 다른 단백질 성분처럼 일반적인 소화 과정을 거칠 뿐이다.

그렇다면 특별히 맛있는 피가 있을까. 뱀파이어는 몰라도 모기는 뚜렷한 취향을 갖고 있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기에게 가장 잘 물리는 혈액형은 O형으로 그 확률이 A형보다 2배나 높다. 살이 찐 사람도 신진대사가 활발해 모기의 주요 사냥감이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지방 농도가 높은 경우에도 해당된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은 피부에 스테로이드와 콜레스테롤이 많은 체질이라고 분석했다. 이중 85%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다.

하지만 모기의 흡혈 식성이 백해무익은 아니다. 최근 모기에서 인간 DNA를 추출하는 방식이 첨단 과학수사 기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 6년간 연구 끝에 폐쇄된 사건 현장에서 채집된 모기 피에서 특정 용의자 프로필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앞서 2005년 이탈리아 시칠리 해안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2008년 핀란드 도난 차량 사건에서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해당 수사기법이 적용됐다.

에일리와 같은 뱀파이어가 수사팀에 배치된다면 미제사건 대부분이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현장의 피가 입맛에 맞는지 아닌지 여부만으로도 용의자 혈액형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