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과학기술로 북한 바라보고 통일 대비하기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최현규 KISTI 책임연구원
<최현규 KISTI 책임연구원>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hkchoi@kisti.re.kr

15년 전 겨울. 중국에서 만난 누군가의 사무실에서 북한 국가과학원이 발간한 `여러나라말 과학기술용어사전` 가운데 한 권을 보았다. 7개 국어를 대역 한 용어 사전이었다.

이 책을 보고 북한을 별 볼일 없는 나라로 여겼던 고정관념이 흔들렸다. 전문용어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관리하다니.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과연 어떨까? 북한의 과학기술을 탐구하게 된 계기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은 매우 낮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고난의 행군이라고 일컫던 1990년대 후반에도 `과학기술의 해`를 강조했다. 지금도 과학기술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그들 스스로는 과학기술 강성국가라고 자찬한다. 그러나 주장과 실상은 차이가 크다.

국제학술지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푸스(SCOPUS) 데이터베이스로 본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12위, 북한은 125위이다. 북한은 SCI 기준으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간 논문 수가 260편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금을 과학기술의 시대, 지식경제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기관차`라고 한다. 올해도 북한은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우선 순위에 배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시행하는 지름길이라며 앞세워 강조했다.

그렇지만 북한의 전략과 실행 사이 간극은 크다. 북한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 전략 노선으로 명확히 했다. 올해는 우주개발 본격화까지 내세우며 군사기술 중심 과학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반면, 식량과 에너지 등 기본 문제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는 애로 상황이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와 `정지궤도용 발사체 기술`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민수 부문 국가 과학기술 성과로는 무인 본보기 생산체제와 다수확 품종 육종 정도만 언급할 뿐이다.

군사기술과 민수부문 사이 불균형이 심하다. 핵과 미사일을 말할 때는 예사롭지 않은 수준으로 보이지만 순수 과학기술이나 민수용 응용기술 측면에서는 후진국의 전형을 그대로 드러낸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자체의 기술개발 역량을 튼튼히 꾸리고 대중적 기술혁신 운동을 활발히 벌려 생산확대와 경영관리 개선에 이바지하는 가치 있는 과학기술 성과들로 경제발전을 추동한다`고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언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그들의 자체 역량을 감안하면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은 지금까지 표방한 것과 달리 실패를 거듭해 왔다. 그래서 주체과학을 그리 강조하지 않고, 과학기술자의 국제 협력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올리는 SCI 수록 건수도 2015년 전년대비 268%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80편 이상 수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북한의 국제적 과학기술 교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과 교류가 대폭 확대됐다.

다만 남북간 과학기술자 교류는 10년 가까이 전무했다. 대북 제재 국면이 강화되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통일 시대를 대비해 과학기술계에서 다시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우리들만이 일방적인 준비가 되더라도 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처럼 남북간 교류와 협력이 다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과학기술자들이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를 구성해 북한 이해와 통일을 대비하는 공동 연구의 장을 만든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후일 통일에 기여할 이 나라 과학기술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