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4차산업혁명 등불 앞 '대한민국호' 혁신사회로 도약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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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핫이슈]4차산업혁명 등불 앞 '대한민국호' 혁신사회로 도약하려면

'창업은 정부 주도로 가능한가. 정부조직만 바꾸면 정부 혁신이 될까. 한국은 소프트웨어가 원래 약한가.'

4차 산업혁명 물결 앞에 국내 산업전문가와 석학이 모여 '대한민국호'에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발전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측면에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때문에 세계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새 혁신동력이 절실하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5월 9일 이후엔 새 정부가 출범한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냉정한 현실 진단과 새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 수용해야…과거 방식 안돼

한국공학한림원은 석학, 기업체 CEO와 CTO, 연구소 대표 등 과학기술, 공학계 리더 의견을 수렴해 정책총서를 발간했다. 총서에 담긴 6대 어젠다는 △새로운 산업비전과 산업재편 전략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창업국가 △국가연구개발(R&D) 구조개혁 △기업가형 대학, 창업지향형 공학교육 △미래를 함께 개척할 진취적인 파트너형 정부(정부조직개편) △다양성, 개방성이 자산이 되는 사회다.

이 중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 산업재편과 신산업 창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스마트화와 커넥티드화가 진행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전장부품과 인공지능(AI) 등 자동차와 가전 같은 최종 제품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새로운 소비자와 시장이 창출되면서 산업의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 모두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제조업 고도화와 스마트화, 핵심소재와 부품·장비 초일류화, 기술융합과 서비스 산업과 연계한 신산업 창출 등 산업발전 패러다임 부상에 부합한 산업재편이 더욱 중요해진다.

정권마다 시도하는 미래성장동력 사업은 그 내용과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기술과 품목을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미래성장동력 사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지금부터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이후를 내다보고 민간에 맡길 것은 과감히 내려놔야 한다. 정부는 포스트 4차 산업혁명, 바이오헬스 혁명 씨 뿌리기와 생태계 조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핵심기술 창업보다 아이디어 창업에 그쳐

창업활성화를 위해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벤처펀드조성과 벤처투자는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신규벤처 투자액은 전년(2조858억원) 대비 3.1% 증가한 2조1503억원을 기록했다.

활발한 벤처투자 기조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고 글로벌 현상이다. 미국은 피치북 집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벤처투자액이 689억달러로 급상승해서 2015년 793억달러로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소폭 하락했지만 691억달러라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은 KPMG에 따르면 2013년 벤처투자액이 30억달러에서 2016년에는 310억달러로 10배 이상 투자액이 늘었다.

국내 벤처투자금액이 꾸준히 늘어났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은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특히 정부가 그동안 외쳐온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맞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핀테크, 드론, IoT(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는지 진단해봐야 한다. 정책총서는 핵심기술 분야 창업은 늘지 않고 아이디어, 서비스 산업 위주 창업이 많다고 지적한다. 혁신형 창업이 늘어나도록 규제환경, 투자환경, 인재수급 등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가 적절히 도와주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성공적인 출구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에서 발생한 몇 년간 스타트업 기업공개와 인수합병(M&A)은 많지 않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창업생태계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는 필수적이다. 1000억원 이상 큰 규모의 기업공개나 매각은 드물었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문·사회·가치 다양성 받아들여야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세계 유수한 인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믿음 하에 유능한 외국인 인재를 놓치고 있진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학술적 다양성과 개방성도 부족하다.

총서는 '정통이 아닌 이단적 연구에 연구자원 1%를 허용하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획기적이거나 엉뚱한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지만 이런 실패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는 사회구조를 재편할 정도의 강력한 영향을 갖는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말하는 '정상'이라는 개념은 선진국보다 상당히 좁게 규정돼 있어 소위 '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좁은 정상성 범위로 익숙하지 않거나 통상적 관습에 어긋나는 현상을 '병리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미처 꽃을 피우기도 전에 바로 싹을 잘라버리는 게 문제다. 한 사회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고정관념, 잘못된 인식, 고장난 신념에 계속 사로잡혀 있다면 발전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기술적 진화를 사회적 제도와 문화로 함께 만들어 가는 '재구성의 과정'으로 이해할 때 기술과 사회의 공진화(co-evolution)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현순 두산그룹 부회장(정책총서 발간위원장)은 “대내외 환경이 역사적 변곡점에 해당할 만큼 구조적이고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이 새로 도약할 기회를 포착해 선진국으로 비약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