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컨택트, 소통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우주에서 갑자기 날아온 거대한 12개의 비행물체에서 8개의 촉수를 가진 괴생물체 '헵타포드'가 나타나자 세계는 대혼란에 빠진다.

[사이언스인미디어]컨택트, 소통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지구를 정복하려고 왔다면 폭격부터 했을 것이다. 인류는 일단 대화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다. 세계 최고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를 보내 그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 알아내도록 대화를 시도한다.

루이스는 기초 방법부터 시작한다. 자신을 가르키며 '휴먼(Human)'이라는 글자를 보여준다. 헵타포드는 촉수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며 반응한다. 루이스는 외계 생명체의 반응이 모스부호와 같이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 서로의 언어를 배운 끝에 인간과 외계생명체는 대화에 성공한다.

[사이언스인미디어]컨택트, 소통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외계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와 대화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지속된다. 루이스와 헵타포드가 소통했던 것처럼 우주에 떠도는 전파 신호의 패턴을 수집, 외계인이 보낸 의미 있는 신호인지 분석하는 작업이 지구 곳곳에서 수십 년째 진행 중이다.

출발은 1984년 미국 정부가 민간, 대학과 설립한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연구소다. SETI는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100만개 전파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해 1999년까지 하루 2GB 용량의 전파 신호를 분석할 정도로 발전한다.

[사이언스인미디어]컨택트, 소통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그러나 SETI는 이내 위기에 빠진다. 슈퍼컴퓨터 용량은 갈수록 부족해지지만 연구 성과가 수십 년째 나타나지 않는다. 호기심으로 지원했던 대학과 기업의 후원이 끊기기 시작한다.

슈퍼컴퓨터를 유지하고자 했던 SETI는 고육지책으로 분산 컴퓨팅을 개발한다. 세계에 퍼져있는 개인 컴퓨터에 분석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수신된 전파 데이터를 잘게 나눠 전송한다. 각 컴퓨터가 분석한 결과를 취합해 거대 슈퍼컴퓨터와 맞먹는 능력을 갖게 된다. SETI는 20만개 컴퓨터 성능을 합친 거대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 이후 분산컴퓨팅은 인공지능(AI)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며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로 떠올랐다.

컨택트의 루이스는 외계 생명체와 대화 끝에 그들이 인류에 선물을 주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산컴퓨팅도 외계생명체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가져다 준 선물이 됐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