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개미 무리에도 전우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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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면 안돼. 넌 분명히 살 수 있어. 심호흡을 깊게 해”

영화 '개미(Antz)' 포스터.
<영화 '개미(Antz)' 포스터.>

영화 '개미(Antz)'는 1998년 에릭 다넬과 톰 맥그래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지하에 무리지어 사는 개미 모습을 담았다. '강력한 왕국 건설'이 목표다. 여왕개미, 전투개미, 일개미가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룬다. 마치 사람 사는 세상처럼 말이다.

왕실 가족이 모두 참석하는 전투개미 사열식 일개미 제트(Z)는 여왕개미 딸 발라 공주를 가까이 보기 위해 전투개미 친구인 위버와 하루 동안 신분을 바꾸고 사열식에 참석한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전투개미 사령탑인 맨디블 장군이 곧 흰개미 무리가 침략할 거란 정보를 입수, 선제공격을 위해 사열식에 참석한 개미를 전쟁터로 보낸다. 일개미였던 Z 역시 얼떨결에 전쟁터에 나간다.

감독은 개미 전투 장면을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처럼 참혹한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Z는 폐허가 된 전쟁터에서 동료 바베이스터가 몸통을 잃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바베이스터가 힘겨운 목소리로 “이봐 여기야. 솔직히 말해줘. 나 중상이지?”라고 묻자, Z는 “천만에. 넌 보란 듯이 멀쩡해. 혈색도 무지 좋아”라고 답하며 흥분한 동료의 침착함을 유도한다. 그러면서 Z는 동료 얼굴을 감싸고 “포기하면 안돼. 넌 분명히 살 수 있어. 심호흡을 깊게 해”라며 다독인다. 개미 무리의 전우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전쟁터에서 동료 바베이스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키는 Z.
<전쟁터에서 동료 바베이스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키는 Z.>

실제 개미 무리에도 전우애가 있을까.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 현실 세계에도 존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바이오센터 연구팀은 개미도 전투 중 부상당한 동료를 버리지 않고, 구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하라 남부에 서식하며 흰개미를 먹이로 삼는 '아프리칸 마타벨레 개미(African Matabele ant)'가 주인공이다. 마타벨레 개미는 흰개미 무리를 수시로 공격하고 흰개미는 살아남기 위해 맞서 싸운다. 이 과정에서 덩치가 작은 흰개미는 대량 학살되고 결국 마타벨레 먹이가 된다.

연구팀은 전투 과정에서 부상당한 마타벨레 개미가 자신을 도와줄 다른 개미를 애타게 찾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상당해 움직이지 못하는 동료를 구조, 안전한 곳으로 끌고 가는 개미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부상 치료를 마친 개미는 다시 전쟁터로 나서는 행동까지 보였다.

전쟁터에서 전우애를 발휘하는 건 인간과 똑같지만, 구조 방식은 달랐다. 마타벨레 개미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페로몬을 분비해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동료에게 알리고 이를 알아챈 동료 개미가 달려와 부상당한 개미를 끌고 가는 방식이다. 잦은 전쟁으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전쟁터에서 동료 목숨을 챙기는 개미 무리의 전우애는 냉혹해지는 인간 세상에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